<공연리뷰> 18세기 고전주의 음악의 이상적 연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1 14: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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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 <<한화클래식 제공/ⓒAnnelies van der Vegt>>

<공연리뷰> 18세기 고전주의 음악의 이상적 연주

'18세기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양 창자로 된 거트현의 소박한 울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결코, 자기를 주장하지 않고 겸손하게 다가오는 옛 악기의 질박한 소리. 그 소리는 비록 작지만, 그것이 우리 가슴에 전해준 감동은 절대 작지 않았다.

지난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케네스 몽고메리와 18세기 오케스트라는 시대 악기 연주의 진정한 매력을 선보였다.

'18세기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 오케스트라는 개량되지 않은 옛 악기로 옛 음악을 연주하는 시대 악기 연주단체다.



바이올린에는 강한 금속 현 대신 양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이 걸려있고, 호른이나 트럼펫은 옛날 방식 그대로 밸브가 없으며, 플루트는 금이나 은이 아닌 나무 관으로 소리를 낸다.

크고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한 21세기에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오케스트라일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8세기 오케스트라의 편안한 소리를 듣다보면 꾸밈없고 소박한 옛 악기 소리가 얼마나 강하게 우리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음악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억지로 만들어낸 소리란 없었다. 하이든 교향곡 104번 1악장의 서주에서 들려온 현악기의 음 하나하나는 마치 우리의 숨결처럼 자연스럽게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으며 청중과 호흡을 같이 했다.



관악기들이 가세해 멋진 팡파르를 연주할 때도 그 소리는 결코 자신을 뽐내지 않으며 전체 악기들과 잘 어우러졌고 어떤 경우에도 음색이 거칠어지거나 일그러지는 일이 없었다. 하이든 교향곡 2악장 중간부에서 심각하고 드라마틱한 음악이 펼쳐질 때도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았다. 18세기 고전주의 음악의 이상적인 연주라 할만 했다.

소프라노 일제 에렌스의 협연으로 이루어진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 '신이시여, 내 이야기를 들어주소서'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짧지만 강력한 여운을 남긴 아리아 연주가 끝나자 환호와 박수갈채, 커튼콜이 끊이지 않아 에렌스는 수차례 무대에 나와 관객들의 환호에 답해야 했다.

이 아리아는 안포시의 오페라 '무모한 기인'을 위해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으로 한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그에게 떠나가라고 노래하는 여주인공의 흔들리는 마음이 나타나 있다.

에렌스는 모차르트 음악에 어울리는 미성과 균형 잡힌 톤으로, 사랑으로 흔들리면서도 정작 사랑하는 이에겐 매정하게 가라고 말하는 여주인공의 묘한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에렌스는 21일 대전 공연에선 모차르트의 이 아리아뿐 아니라 '사랑하는 이여, 나의 품으로'도 함께 노래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공연 후반부에 연주된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역시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고 활력으로 가득한 작품으로 꼽히는 교향곡 제7번은 특히 '리듬'이 중요한 곡이다.

빠른 악장뿐 아니라 느린 2악장에서도 지속적인 리듬의 맥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휘자 케네스 몽고메리와 18세기 오케스트라는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2악장 도입부에서 저음 현악기들이 주제를 연주하는 순간부터 자연스레 부풀어 오르는 현악의 숨결과 자연스런 리듬의 맥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베토벤 음악의 은근한 역동성을 느끼게 했다.

통상적인 오케스트라 자리배치와는 달리 더블베이스가 무대 왼쪽 뒤에 놓여 있고 첼로는 오른쪽에 놓인 탓인지 풍부한 저음이 전체 오케스트라를 감싸며 따스한 울림을 만들어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18세기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21일 저녁 5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어진다.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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