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아쉬움 남긴 '시카고'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2 06:30:01
  • -
  • +
  • 인쇄
퍼포먼스 면에서 오리지널팀다운 면모…가창력 면에선 아쉬움도


<공연리뷰> 아쉬움 남긴 '시카고'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퍼포먼스 면에서 오리지널팀다운 면모…가창력 면에선 아쉬움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원어로 들을 기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다음달 8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시카고'는 무엇보다도 12년 만에 이뤄진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이라는 점에서 연초부터 올해 꼭 봐야 하는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혔다.

'브로드웨이에서 확실한 작품(Broadway's sure thing)'이라는 광고 카피에서도 알 수 있듯 '시카고'는 뮤지컬의 본산인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19년째 롱런하며 사랑받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오리지널팀의 2003년 공연 전후로 국내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라이선스 공연이 계속된 데다 2002년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 존스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된 적도 있어 '시카고'는 줄거리나 레퍼토리 모두 국내 관객에게도 낮설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리지널팀의 공연은 '오리지널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막이 열리면 무대 한가운데 자리잡은 14인조 빅밴드가 눈에 들어온다. 관악기 위주로 구성된 밴드는 그 존재만으로 1920년대 시카고 나이트클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밴드의 연주에 맞춰 속이 비치는 검은 색 시스루 복장을 한 배우들이 관능적인 동작의 춤을 추며 잇달아 등장한다. '시카고'의 대표적 레퍼토리 중 하나인 '올 댓 재즈(All That Jazz)'는 초반부터 등장한다.

잘 알려진대로 남편과 동생을 살해한 뒤 교도소에 들어와 언론의 관심을 끄는 보드빌(통속적인 희극과 노래, 춤을 섞은 쇼) 배우 출신 죄수 벨마 켈리(이하 벨마)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불륜남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 코러스걸 록시 하트(이하 록시)가 두 주인공으로 극을 이끈다.

나이트클럽의 코러스 가수인 록시는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다 자신과 헤어지려는 정부를 살해하고 살인 혐의로 체포되지만, 돈밖에 모르는 변호사 빌리 플린(이하 빌리)의 도움을 받아 동정 여론을 만들어내 풀려난다.

이 과정에서 록시는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하고 먼저 수감돼 그때까지 여론의 관심을 독차지하던 벨마와 경쟁한다. 하지만 더 잔혹한 사건을 저지른 제3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결국 록시도 벨마처럼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뮤지컬은 감옥에서 풀려난 벨마와 록시가 손잡고 2인조 공연을 펼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번 오리지널팀의 공연은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시대적 느낌을 잘 살렸다는 인상을 줬다. 양복이 서양사람의 옷차림인 것처럼 1920년대 시카고를 저절로 연상케 하는 어두우면서 끈적이는 감성은 8등신 외국 배우들의 춤과 노래, 연기와 만났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별다른 무대 전환 없이도 범죄현장부터 감옥, 법원, 마지막으로 록시와 벨마가 공연하는 무대까지 어색함 없이 구현해내는 무대 연출도 눈에 띄었다.

변호사 빌리의 등장이나 빌리의 복화술에 맞춰 록시가 꼭두각시 행세를 하면서 언론과 인터뷰하는 장면, 거짓말로 도배된 증언으로 록시가 무죄를 선고받기까지의 재판 과정을 한 편의 쇼처럼 꾸민 장면 등은 십여명 남짓한 배우로 드라마틱한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영화의 영향인지 귀에 감기는 뮤지컬 넘버도 이 작품이 초연 이후 20여년 가까이 사랑받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하지만 주연급 배우들의 가창력이 아쉬움을 남겼다.

록시와 벨마, 빌리 역을 맡은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연기에 못미치는 가창력으로 극의 하이라이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교도소 간수인 '마마 모튼'의 '마마에게 잘해주면' 등 감초 같은 역할의 조연의 레퍼토리 역시 기대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오리지널 공연인 만큼 무대 양쪽에 설치된 화면의 자막을 중간중간 곁눈질해야 하는 것도 공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다만 상황에 맞춰 글자체를 달리하거나 크기를 조절하고, 적절한 그래픽을 추가함으로써 자막의 생동감을 살린 것은 인상적이었다.

이밖에 빌리역을 맡은 배우는 뮤지컬 진행 중 "예쁜아"라는 한국어 대사를 하며 한국 관객에게 서비스해 큰 웃음을 안겼다.

8월 8일까지. 4만~14만원. 문의 ☎ 02-577-1987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