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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미군 실종자 유족 60여년만에 임진각서 추모행사 (파주=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내 미군 참전기념비에서 6·25 전쟁에 참전해 실종됐으나 아직 유해도 찾지 못한 미군 장병의 가족 49명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 보훈 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를 위한 희생,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라는 주제로 6·25참전 미군 실종장병 추모식이 열렸다. <<자료사진>> |
<6·25 65주년> ⑪유엔군 유족이 한국에서 찾은 '희생의 의미'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6·25 전쟁 미군 참전용사인 아서 치데스터 대령의 아들 프루던스(67) 씨는 태평양 건너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 1950년 6월, 생후 18개월의 아기였다.
그의 아버지 치데스터 대령은 전쟁 발발 직후 유엔군으로 전장에서 싸우고자 아내와 4명의 아이를 남겨두고 한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해 11월 말, 치데스터 대령은 미군이 중공군과 처절하게 싸운 그 유명한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 전투에서 실종됐다.
프루던스 씨는 아버지 없이 자라야 했다. 너무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읜 탓에 얼굴조차 기억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가 어딘가에 살아계실 것이며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두 팔을 활짝 벌릴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믿음은 약해졌다. 마흔 살 무렵 프루던스 씨는 아버지의 전우인 미 육군 준장으로부터 아버지가 전사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장진호 전투에서 아버지는 너무 심한 부상을 당했고 그런 상태로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최악의 환경에서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루던스 씨는 결국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접었지만 그가 왜 가족을 버리고 머나먼 이국 땅에서 죽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아버지가 귀중한 삶을 허무하게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프루던스 씨는 올해 1월 초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한국 정부에 보냈고 지난달 18일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6·25 참전 미군 실종자 유족단 49명에 포함돼 5박 6일로 한국을 방문했다.
프루던스 씨의 방한은 아버지의 희생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느냐는 오랜 의문의 답을 찾는 여정이었다.
서울에서 프루던스 씨는 한국이 6·25 전쟁의 아픔을 딛고 얼마나 놀랍게 성장했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미국에서도 유명한 스마트폰을 만드는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기업인 삼성전자의 수원 사업장도 둘러봤다.
임진각에 있는 6·25 미군 참전비에서 열린 추모식에서는 한국인들이 아버지와 같은 이들의 희생에 얼마나 감사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프루던스 씨는 마침내 아버지의 희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달았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 속에 품어온 오랜 의문도 풀렸다.
프루던스 씨는 귀국한 다음 보훈처에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한국 방문을 통해 아버지의 희생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내 삶도 바뀌었다."
프루던스 씨의 사연에서 보듯 아직 생존 중인 유엔군 6·25 참전용사들과 유족들을 한국에 초청하는 것은 단순한 보훈을 넘어 이들 개개인이 감내한 고통과 희생의 의미를 찾아준다.
이들은 한국의 발전상을 직접 보며 그 모든 고통과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자부심을 갖는다.
프루던스 씨와 함께 한국을 찾은 자들이 "우리를 잊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감사한다"(메리 앤 허버트), "아버지의 희생에 대한 예우에 감사한다"(메리 조슈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애런 필립스 셔먼)며 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훈처가 유엔군 실종자 유족을 한국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훈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유엔군 참전용사는 1975년 이후 3만426명에 달한다. 작년 한 해에만 444명이 한국을 다녀갔으며 올해 들어서는 139명이 방한했다.
그러나 보훈처가 아직 초청하지 못한 유엔군 참전용사와 유족들도 많다.
보훈처는 이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확대하고 싶어도 예산상 제약이 따른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참전용사와 유족들에 대해서는 항공료도 전액 지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참전용사와 유족들 중에는 고령과 병환으로 한국에 오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며 "이런 분들을 위해서는 외국 현지에서 보훈 행사를 열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6·25 전쟁에 참가한 유엔군은 연인원 기준으로 195만7천616명이며 참전국은 전투병력 지원 16개국과 의료·시설 지원 5개국을 합해 21개국이다. 전쟁 기간 유엔군 전사자는 4만670명, 부상자는 10만4천280명, 실종자·포로는 9천93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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