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연합기 등 흑인차별 상징물에 항의시위 집중
흑인교회 참극에 미 전역서 애도 물결…남부연합기 논쟁계속
사건 현장 찰스턴서 수천명 다리 위 '인간사슬' 행사
남부연합기 등 흑인차별 상징물에 항의시위 집중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흑인 교회를 습격해 9명을 살해한 백인 우월주의자의 권총 난사 사건에 미국 전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첫 일요일인 21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시카고, 포틀랜드 등 미국 곳곳의 교회에서 교파에 관계없이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고 인종 증오에 반대하는 예배를 했다고 AP통신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종파와 인종을 초월한 예배를 기획한 시카고 '뉴마운트 필그림 침례교회'의 마셜 해치 목사는 AP 인터뷰에서 "우리는 증오가 승리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시골 교회 신자들은 애도 엽서에 서명해 권총 난사 사건이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 보내기도 했다.
이날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열린 사건 후 나흘 만에 열린 첫 예배에서도 수백 명이 운집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경찰과 추가 보안요원이 배치된 가운데 열린 예배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상당수는 서서 기도를 해야 했다.
수십명의 신자들은 사건 장소인 교회 지하 예배실을 둘러보며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오는 26일 이 교회 목사인 클레만타 핑크니의 장례식이 열리는 등 희생자 9명의 장례식은 이번 주 후반에 진행될 예정이다.
비극의 현장인 찰스턴에서 쿠퍼강 건너편 마운트 플레전트를 가로지르는 아서 라베널 다리에는 이날 밤 수천 명의 군중이 모여 희생자를 애도하고 정의를 호소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다리 양쪽을 잇는 '통합의 인간사슬' 행사를 벌였다.
양쪽 편에서 출발해 도보행진에 나선 시민들은 다리 한가운데서 만나 박수를 치며 어린이 복음성가이자 과거 민권운동 가요로 불렸던 '이 작은 나의 빛'을 함께 불렀다.
권총 난사 용의자 딜런 로프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남부연합기를 적극 옹호했던 라베널 전 의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다리 위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백인 우월주의와 흑인 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연합기에 대한 항의의 뜻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남부연합기를 사용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에서는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시위대가 몰려와 "남부연합기를 내려라"고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또 찰스턴에 위치한 남부연합 정부의 기념비에도 일부 시위대가 최근 백인 경찰관들의 흑인 살해사건에 대한 규탄 시위에서 등장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를 스프레이 페인트로 적는 등 항의의 뜻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기념비 돌 받침대에는 '이게 바로 문제야, 인종주의자들아'라는 빨간색 페인트 글도 적혔으나, 시 당국은 이 부분을 방수포로 가리고 문구를 지웠다.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은 남부연합기 논쟁은 내년 대선 승리를 노리는 공화당에 골치아픈 숙제로 새롭게 등장했다.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로 나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남부연합기의 즉각 철거를 촉구했지만, 대다수 대권주자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의식해 분명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사건 당시 핑크니 목사의 아내와 막내딸이 교회에 함께 있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교회 측에 따르면 아내와 딸은 목사 서재에 있다가 총소리를 듣고 문을 잠근 뒤 911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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