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관련 희귀 유물 10점 공개
재미 MS 프로그래머 이병근씨, 단행본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이병근 씨는 평범한 전산학과 대학생이었으나 1993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한 한글 윈도즈에 반해 프로그래밍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렇게 시작해 경진대회 입상,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특채, 미국 MS 본사 입사로 이어졌다.
1996년 미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세 딸에게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고 싶어 여러 방법을 고민하던 중 인터넷에서 특별한 태극기를 만났다. 최초의 태극기라고 알려진 박영효의 것보다 빠른 1882년 태극기를 본 것. 이는 고종의 명을 받아 역관 이응준이 만든 최초의 태극기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태극기 콜렉터로 태어난다.
서울셀렉션에서 최근 선보인 그의 단행본 '역사로 만나는 우리 태극기'는 이병근 씨가 현재까지 모은 약 800여 점에 달하는 태극기 관련 유물 중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특히 높은 것들을 엄선해 소개한다.
출판사와 이씨는 "이 유물 중 10점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지의 세계 여러 곳에서 제작된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당시 국내 정세와 함께 국제 정세를 동시에 엿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자평했다.
이 책을 감수한 한국현대사 전공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최초로 공개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10점을 비롯해 이 책이 소개한 총 42점의 유물은 태극기의 변천사, 태극기의 다양한 활용사례 등에서 흥미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셀렉션 측은 젊은 층에게 쉽고 친근하게 태극기를 소개하고자 이번 단행본에 이미지 중심의 아트북 형식을 채택했다면서 "동시에 주요 역사적 사건을 기점으로 유물을 분류·배치하고, 캡션에는 해당 유물의 제작 정보는 물론 당시의 역사·문화적 배경까지 간단하게 정리해 넣어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 색다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지를 감상하도록 아코디언 제본 방식으로 책을 제작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태극기 관련 유물 중에는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의 상징물로 제작된 엽서가 있다. 이에서는 근대화한 복식과 훈장을 착용한 고종 황제 어진을 태극기와 이화문양을 넣어 디자인했다.
그런가 하면 이승만 계열의 독립촉성중앙협의회와 김구 계열의 신탁통치반대국민총동원위원회가 통합해 1946년 2월8일 서울 인사동에서 결성된 대한독립촉성국민회라는 단체의 '대한독립촉성 전라북도협의회'가 그해에 만든 '3·1 독립선언 기념장'도 있다. 태극기 문양을 활용한 이 기념장에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을 원년으로 잡아 계산한 '대한이십팔년'(1946)이라는 제작 연도가 확인된다.
광복 이후 재일동포들이 결성한 재일본조선인연맹이 광복 1주년을 기념해 만든 태극부채도 소개한다. 이 부채 앞면에는 태극기, 독립선언문, 철도를 그린 한반도 지도가 실렸으며, 뒷면에는 '해방의 노래', '독립의 아침', 애국가, 한글자모, 지도가 수록됐다.
이 외에도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는 한국인 모습을 묘사한 1946년 달력과 러일전쟁을 소재로 1904년 프랑스에서 제작한 것으로 태극기가 들어간 보드 게임, 태극기를 도안한 일본 고이즈미(小泉)사의 1900년대 성냥상표, 태극기 문양을 넣은 개화기 대표적 서양식 호텔 '애스터 하우스 호텔'의 수하물표, 태극기를 비롯한 한국 정보를 수록한 1920년대 스페인의 담배회사 라마스코타(La Mascota) 상품 광고용 카드, 성조기와 함께 태극기를 도안한 광복 직후 한국 주재 미해병대 소속 군인의 가죽패치와 같은 자료도 발굴·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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