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비 EU 출신 외국인 간호사 7천명 일자리 잃을 위기
간호사협회 "정부 이민억제 방안은 외국인 간호사 구인난 심화"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에서 일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출신이 아닌 외국인 간호사 약 7천명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영국 간호사협회인 '로열 칼리지 오브 너싱(RCN)'은 정부가 공개한 이민 억제방안이 시행되면 NHS에서 일하는 非EU 출신 외국인 간호사 3천365명이 즉각 귀국길에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의 외국인 간호사 채용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 규모는 오는 2020년까지 6천620명에 달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최근 내놓은 이민 억제 조치들에서 EU 이외 국적자로서 6년간 영국에서 일한 외국인이 연소득 3만5천파운드(약 6천100만원)를 넘지 않으면 귀국시키는 방안을 담았다.
외국인이 일할 수 있는 '숙련된' 일자리의 기준을 높여 무차별적인 외국인 고용을 억제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RCN은 이는 외국인 간호사 구인난을 심화할 뿐만 아니라 NHS에 비용만 4천만 파운드(약 700억원)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RCN은 대부분의 간호사 연봉이 2만1천파운드에서 2만8천파운드 사이로 정부가 제시한 '3만5천파운드'와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피터 카터 RCN 사무국장은 "간호사 부족 현상이 지속돼왔다"며 "새 방안이 시행되면 인력 부족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는 간호사 교육시설들이 줄어든 까닭에 병원들이 임시직이나 외국인 간호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NHS 병원들에 채용된 간호사 3명 중 1명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간호사 채용이 최근 5년 새 세배로 늘었다.
정부가 내놓은 非EU 출신 이민 억제 방안에는 이외에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범위를 노동력 공급이 실질적으로 부족한 분야로 제한하고, 특정산업이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외국인을 고용하기 이전에 일정 기간을 채우도록 하고,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들에 '기능 부담금'을 새로 부과하는 등의 방안도 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이 방안들을 설명하면서 "과거 일부 기업이 국내 노동력을 훈련하는 장기적 결정을 내리기보다 외국 노동력을 고용하는 게 너무 쉬웠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EU 역내 이민자에 대해서도 복지 혜택을 신청하려면 4년을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U 역내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은 영국이 EU 회원국들을 상대로 추진하는 EU 협약 개정 협상의 핵심쟁점 중 하나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무기 삼아 EU 회원국들에 EU 협약 개정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순이민자수는 2005년 기록한 종전 최고치에 근접하는 31만8천명에 달했다.
이 기간 비EU 지역에서 들어온 이민자들은 29만명으로 전년대비 4만2천명 증가했다.
캐머런 총리는 순이민자수를 2000년대 초반인 10만명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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