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노병, 2차대전 연합군 포로에 72년 만에 사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2 23: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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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노병, 2차대전 연합군 포로에 72년 만에 사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한 일본군 노병이 일본군 포로로 붙잡힌 영국인 노병에게 72년 만에 일본의 잘못을 사죄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키오 키노시타(95)는 전날 런던의 한 호텔에서 영국인 해럴드 아철리(96)를 만나 "일본인들이 포로들을 잔인하게 다뤘다. 일본은 옳은 일을 하지 않았다. 사죄한다"는 말을 건넸다.

키노시타는 1943년 일본군이 병사들과 보급품을 실어나르기 위해 미얀마에서 벌인 이른바 '죽음의 철도' 건설현장에서 연합군 포로들을 감독하던 일본군 병사 중 한명이었다.

아철리는 1942년 일본군이 싱가포르를 점령할 당시 포로로 잡힌 뒤 죽음의 철도 건설 현장으로 옮겨져 노역했다.

1년 만에 끝난 이 철도 건설에 연합군 포로 1만3천명과 현지 주민들 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일본군이 포로들에게 가한 고문 등 가혹행위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철리는 하루 18시간씩 일을 해야 했고, 배급된 쌀은 하루 250그램에 불과해 동식물들을 찾아야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일한 현장구간에 투입된 포로 1천700명 가운데 400명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들의 만남은 아철리가 제2차 세계대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를 초청해 이뤄졌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키노시타가 영국군 병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경의를 표한데 마음이 움직였다.

전쟁 이후 오랫동안 자신의 끔찍했던 경험을 남에게 얘기하지 않은 아철리에게 그를 한번 보고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아철리는 "내가 일본군 병사를 초청한데 대해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다큐멘터리에서 그를 봤을 때 공감이 가는 남자였다"고 말했다.

키노시타는 "나는 정말로 군에 가고 싶지 않았다. 일본 남자로서 의무였지만 정말로 싫었다. 포로들을 훈련시키는 건 정말로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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