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 색채' 남부연합기 미국서 정치쟁점으로 부상
공화 대선주자들 엇갈린 입장…민주당 '불똥' 튈까 촉각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미국에서 약 150년 전 남북전쟁 때 쓰였던 깃발이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 남부연합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 깃발이 인종주의의 표상이라는 여론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9명이 숨진 이번 사건의 발생지를 지역구로 둔 린지 그레이엄(공화) 상원의원은 22일(현지시간) 주 의회 건물에 더는 이 깃발을 걸지 말자고 제의했다.
백인 이외 인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된 니키 헤일리, 흑인이면서 역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를 지역구로 삼은 팀 스콧 상원의원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남북전쟁에서 남부연합의 중심 주 가운데 한 곳이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곳곳에서는 여전히 붉은 바탕에 푸른 띠를 대각선으로 교차시키고서 13개의 흰 별을 그려넣은 이 깃발을 찾아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옛 남부 지역 출신 군인들이 '지역 정체성'을 살리겠다며 사용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조지아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지 주민들이 조금씩 사용했고, 2000년부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의회 건물에도 내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 클럭스 클랜(KKK)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인종주의 단체들이 이 깃발을 상징으로 삼았고, 그에 따라 이 깃발의 이미지는 인종주의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워싱턴D.C.의 정치분석가들은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노리는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회 건물의 깃발을 내리자고 주장한데 대해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종간 갈등 문제를 선도하겠다는 일종의 선명성 경쟁 때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많게는 16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공화당의 대권 주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나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같은 이들은 '지금은 이 문제로 논쟁하는 대신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고,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등은 '주정부나 지역주민이 결정할 일'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이에 비해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20일 "이 깃발이 사람들을 분열시킨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였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재임 중에 주 의회에서 이 깃발을 내리도록 했음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조지 파타키 전 뉴욕 주지사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이 깃발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 중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일간지 '볼티모어 선'과의 인터뷰에서 "이 깃발을 박물관으로 퇴역시키자"고 주장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 깃발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깃발을 도안으로 썼던 점을 거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 깃발을 내려서 박물관으로 보내자는 입장을 보였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이 6∼7년 전부터 이 깃발은 내려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런 대화를 했다"며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특히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같은 흑인 인권 옹호단체들은 이날도 즉각 남부연합기를 공공장소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