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②사시폐지 결론난 것…과거회귀 안돼(로스쿨협의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3 08: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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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합니까> ②사시폐지 결론난 것…과거회귀 안돼(로스쿨협의회)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는 사법시험 폐지 논란에 대해 이미 결론이 난 문제라면서 '희망의 사다리' 운운하며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명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신영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23일 "사시존치론자들의 솔직한 심정은 법조인 배출 인원수를 제한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며 "나눠 먹을 떡은 한정돼 있는데 숟가락을 쥔 사람이 늘어나면 먹을 게 없게 되니 그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신영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사법고시를 왜 폐지해야 하는지는 이미 오래전에 논의가 끝났다. 다양한 논의를 거쳐서 사시가 가진 폐단을 없애려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하루아침에 '빅딜'이 이뤄진 것도 아니며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것이다. 인제 와서 사시 존치를 들고 나오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고시낭인'을 막으려고 사시 응시 횟수를 5회로 제한해 놓았다. 로스쿨 출신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5년 내 5회로 제한한 것을 본뜬 듯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응시 횟수만 5회로 해놨지 기간 제한은 없다. 즉, 고시 낭인 되는 것은 똑같은 셈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셈이다.

사시 응시자격에 큰 제한이 없어 누구나 다 시험을 쳐서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사시존치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시를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엄청나다는 건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사시에 응시하려면 법학과목을 최소 35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누구나 사시에 응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응시 자격을 얻고 나서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고시촌에서 사시를 준비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으로는 정말 능력 있는, 시대에 걸맞은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정말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사시를 준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로스쿨은 다르다. 학부 과정에서 국가 장학제도의 도움을 받은 학생일지라도 로스쿨 특별전형제도를 활용하면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법조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시를 준비한다고 누가 장학금과 생활비를 주나. 전부 자신이 부담하거나 부모님 등의 도움을 받으며 버텨야 한다. 준비 기간이 5∼6년 이상으로 길어질 때도 있다. 이런 시스템을 두고 과연 희망의 사다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

로스쿨 특별전형 대상자는 법령에 따라 5% 이상으로 돼 있다. 물론 다수는 아니다. 하지만, 연평균 2천명이 입학하니 최소한 130여명에게는 로스쿨이라는 튼튼한 희망의 사다리가 마련돼 있다. 이런 면에서 사시보다는 로스쿨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법조인으로 진출하는 데 튼튼한 사다리가 될 수 있다.

사실 사시가 희망의 사다리라는 주장은 겉으로 내세운 명분일 뿐이다. 솔직한 심정은 법조인 배출 인원수를 제한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송무(訟務·소송에 관한 사무나 업무) 중심의 법조 시장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나눠 먹을 떡은 하난데 숟가락을 쥔 사람이 늘어나면 먹을 게 없지 않겠느냐.

법조인 숫자가 많아져서 변호사들이 밥벌이하기 어려워진다는 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는 송무 중심의 법조시장만을 위한 게 아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법조인이 활동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법치사회로 바뀔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기 위해 존재한다. 더 나아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것이다. 국제적인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기존 사시제도로는 그 수요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독일 통일 사례에서도 봤듯이 앞으로 언젠가 통일이 이뤄지고 나면 변호사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금 당장 눈앞의 밥그릇이 줄어들까 봐 법조인 숫자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사시를 로스쿨과 병행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대학교육이 황폐화되기 때문에 안된다. 법대생이 아닌 인문대생, 공대생 등이 전공 공부는 미뤄두고 사시에만 '올인' 한다는 이야기는 대학교수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우스갯소리였다. 로스쿨이 지상 최고의 법조인 양성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사시는 지양해야 한다.

로스쿨 입학 정원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나머지를 사시로 채우겠다고 가정해보자. 학부생으로서는 로스쿨 진학할 것인지, 사시를 준비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지를 쥐게 된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사시에 몰린다면 다양한 전공,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의 기본 취지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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