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①'희망의 사다리' 사법시험 지켜내야(대한변협)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3 0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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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합니까> ①'희망의 사다리' 사법시험 지켜내야(대한변협)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2017년 폐지를 앞둔 사법고시(사시)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찬반공방이 뜨겁다. 당장 1차 시험은 내년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사시 존치'를 내세워 당선된 하정우 회장이 한국 사회 '희망의 사다리'인 사시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고 있다. 여기에 서울지방변호사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법조인과 로스쿨 교수진·재학생 등은 사시 폐지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린 결론으로, 사시 존치를 외치는 것은 곧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과 같다며 반박에 나섰다.

23일 대한변협의 배의철 부협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신영호 이사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 대한변호사협회 배의철 부협회장

5월 말 시행된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로스쿨에 대한 불신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응답자의 75%가 사법시험 폐지에 반대했고, 88%는 '로스쿨에 집안 배경이 작용한다'고 답했다. 대한변협은 사법시험을 존치하여 로스쿨과 병행 시행함으로써 기회균등을 실현하고, 선택권을 보장하며, 경쟁을 통해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스쿨은 4년제 대졸이 입학요건이므로 고졸, 전문대졸자는 법조인이 될 수 없다. 2014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고졸은 1천618만명, 전문대졸은 444만 명에 이른다. 사시를 폐지하면 이들은 법조인의 도전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 초등학교 졸업만으로 사시에 합격해 국회의원 3선을 지낸 박헌기 의원, 중졸 출신의 변정수 헌법재판관, 고졸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성공을 이제 더는 꿈꿀 수 없다. 로스쿨협의회는 최근 3년간 사시 합격자 중 고졸이 없어 '기회의 사다리는 허구'라고 한다. 로스쿨 교수들이 기회균등이라는 헌법 가치를 부정하고, 학력이 낮은 국민은 사시합격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법조인이 될 도전조차 하지 말라며 제도적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부정의를 저지르고 있다.

'돈스쿨'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싼 고비용 구조는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다. 억대의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서민들은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이다. 한편, 로스쿨생들이 대부분 학원강의를 수강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과외도 활개친다. 부실한 로스쿨 교육은 이중의 사교육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학금과 취약계층 5% 선발로 희망의 가면을 써보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와 달리 로스쿨 교수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2011년 기준 국공립 로스쿨은 매년 383억원 가량의, 사립 로스쿨은 해마다 885억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한다. 국공립 로스쿨의 적자는 국민의 혈세로 메워지며, 사립 로스쿨의 적자는 다른 단과대 학생들의 희생으로 전가된다. 매년 약 1천300억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로스쿨협의회는 3천억 원에 달하는 투자비용을 거론하며 로스쿨을 흔들지 말라고 한다. 이미 발생한 비용에 얽매여 합리적 판단을 그르치는 이른바 '매몰비용 효과'다. 사법연수원에 세금이 쓰인다며 사시 폐지의 논거로 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 수 없는 이유이다.

가장 심각한 로스쿨의 문제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불공정성에 있다. 로스쿨은 입학부터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며, 변호사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에 고관대작, 부유층 자제들이 다수 입학하고 법률사무소(로펌) 채용, 판·검사 임용에 이르기까지 부와 지위의 대물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정설이다. '현대판 음서제'가 정의의 도구인 법을 다루는 법조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사시 낭인'의 문제로 사시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매년 발생하는 8천여명의 로스쿨 '입시낭인', 억대의 비용을 지출하고도 변호사시험에서 낙방한 '변시낭인'의 문제를 고려하면 로스쿨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청년들은 결코 낭인일 수 없다. 사시의 응시횟수 제한 규정을 두면 될 일이다.

마지막으로 사시가 존치되면 로스쿨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로스쿨 교수들의 주장은 그 자체로 로스쿨의 경쟁력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사법시험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이유는 단 한 번도 공정성 시비가 없었던 가장 공정한 제도이며, 빈부·배경·학력·나이 등 사회적 조건에도 노력만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만인이 평등한 기회균등의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희망의 사다리'로 불려온 사법시험의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2016년 1차 시험을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될 예정인만큼 사실상 올해 국회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 로스쿨에 갈 수 없지만 차디찬 현실을 딛고 법조인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청년과 국민이 한국사회에 기회 평등의 희망'이 존재하는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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