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코비치 전 우크라 대통령, 시위대 발포책임 시인
BBC 인터뷰서 밝혀…"발포명령은 안 내렸지만 유혈사태에 책임"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 작년 2월 권좌에서 쫓겨난 뒤 러시아에 망명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권 붕괴를 몰고온 유혈사태에 자신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시인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혈사태 당시 키예프 마이단 광장에서 발생한 시위대 발포에 대한 질문에 "결코 보안군에 발포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유혈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BC는 야누코비치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내전 발발 후 서방 언론과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다고 23일 전했다.
야누코비치는 "나는 발포는 물론 어떠한 무력 사용도 반대했지만 보안군은 법률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고 그들은 무기 사용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유럽 정책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과 경찰간 충돌이 수개월간 마이단 광장에서 계속된 가운데 보안군 발포로 100명이 넘는 시위대원이 숨졌다.
야누코비치가 도피한 뒤 수 주 만에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군 기지를 점령했고 이어 동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친 러시아 반군이 정부 청사들을 급습, 내전을 촉발시켰다.
야누코비치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은 '비극'이라며 자신이 권좌에 계속 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반군이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아있어야 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넣어 반군 지도자들과 직접 협상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고 자금을 횡령해 외국은행 계좌로 빼돌렸다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국외 탈출 후 시위대가 공개한 키예프 외곽의 초호화 저택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야누코비치는 "물론 부패는 있었고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러나 이제 1년 반의 세월이 지났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모든 수단을 갖고 있다. 나의 은행 계좌가 있으면 보여달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인터폴은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수백만 달러를 횡령했다며 지난 1월 야누코비치를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야누코비치는 자신을 구해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언젠가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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