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책임있는 주주로 행동해야", 양제츠 "신형대국관계 구축해야"
글로벌 현안 놓고는 '협력' 논의…시진핑 9월 방미 앞두고 수위조절
美"협박·위협으로 분쟁 해결말라" 中 "상호 핵심이익 인정하라"(종합)
제7차 워싱턴 전략경제대화…'남중국해'·'해킹' 놓고 날선 기싸움
바이든 "책임있는 주주로 행동해야", 양제츠 "신형대국관계 구축해야"
글로벌 현안 놓고는 '협력' 논의…시진핑 9월 방미 앞두고 수위조절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한 제7차 전략경제대화(S&ED)에서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 모두 논란이 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공개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협박과 위협으로 분쟁을 해결하지 말라"는 미국과 "서로의 핵심이익을 침해하지 말라"는 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며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국무부 애치슨 대강당에서 개막 연설을 통해 "미국과 중국은 21세기를 규정할 미래의 협력에 대해 정직하고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며 "주요 무역루트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의 바다는 개방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은 특히 "외교를 버리고 협박과 위협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는 국가나 다른 나라들의 침략에 눈을 감는 국가들은 불안정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에 건설 중인 인공섬 건설이 국제적 해양질서와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어 "책임 있는 국가들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안전한 상거래를 위한 국제 해로가 개방되도록 협력하고 있다"며 "오늘날 상업물자의 80%는 바다에 떠있는 배에 선적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강도 높은 경쟁과 갈등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미래에 성공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얼마나 책임있는 주주(stake-holder)로서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대표단은 남중국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미·중 양국이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회적으로 미국의 개입을 반박했다.
류옌둥 부총리는 인사말에서 "현재 국제적 현안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두 나라가 협력해야 할 분야가 광범위하다"며 "미·중 양국이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고려하며, 건설적인 수단을 유지하고, 전략적 오해와 오판을 피하려고 하는 한 양국의 갈등은 관리되고 양국의 공통이해는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외정책을 관장하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협력하면서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수용하고, 유관 분야에서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며 "양국이 신형대국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올바른 노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 이익'이라는 단어는 중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주권적 이익을 강조할 때 쓰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2015년 국방백서'를 발표하면서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할 때도 "미국은 상대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기를 원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중국 측 대표단을 이끄는 왕양 국무원 부총리는 "미국과 중국은 대결과 충돌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며 "일부 사안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지만, 대화는 항상 대결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미·중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버 해킹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개막식에서 "우리는 국가가 후원하는 산업기밀 사이버 절취행위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터넷이 성장과 번영을 추동하도록 하는데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말 미국 전·현직 연방공무원 4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해킹 사건과 관련해 비공식으로 중국의 해커들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도 "사이버 절취행위를 경제적 무기로 사용하는 국가들은 단기적 이득을 보고자 미래의 이득을 희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 국무위원은 "우리는 사이버 안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함께 열린 자세로 관련 사안들을 적절히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이번 대화가 긍정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것을 희망한다"고 비켜나갔다.
이번 대화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주요 지역 의제의 하나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느정도 비중으로 다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우리는 한반도의 안정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역안보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책임 있는 주주'로서의 역할을 해온 점을 평가하면서 "북한과 이란의 핵활동을 감축하는 데서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양 국무위원은 "우리는 이란과 북한 핵문제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미·중이 현 시점에서는 북한에 대해 특별한 정책적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현상 유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화는 오는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의제를 사전 점검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대화에서는 지역 의제 외에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환경보존과 야생동물 보호, 서아프리카의 에볼라를 비롯한 전염병 퇴치, 아프가니스탄 사태 지원,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비롯한 대테러, 이란 핵협상과 비확산 공조, 인권과 홍콩 참정권 확대 문제 등 글로벌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전략경제대화에 앞서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은 22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만나 제5차 전략안보대화(SSD)를 가졌다. 제6차 미·중 고위 인적교류회담(CPE)도 이번 전략안보대화와 함께 열렸다.
지난달 31일 제네바 방문 중 자전거를 타다 오른쪽 대퇴골을 다친 케리 장관은 이날 목말을 짚고 개막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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