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미친 가창력' 홍광호·김준수의 대결
뮤지컬 '데스노트' 한국 초연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뮤지컬 '데스노트'는 일본 만화가 오바타 다케시의 동명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한국 관객들에게도 꽤 친숙하다.
이름을 쓰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사신(死神)의 '죽음의 공책', '데스노트'를 우연히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라이토에 맞서는 명탐정 '엘'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다.
일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회사 '호리프로'가 제작해 지난 4월 도쿄에서 세계 초연했고, 전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지난 20일 한국에서 막을 올렸다.
일본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지낸 일본 공연계의 거장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하고, '지킬 앤 하이드' 등 국내에서 사랑받은 여러 뮤지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만들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 1년6개월 만에 한국 무대에 서는 홍광호와 '흥행보증수표' 김준수를 '투톱'으로 하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 등 탁월한 가창력으로 무장한 뮤지컬 배우들이 합류했다. 두 달 가까운 공연 기간 전 배역이 원캐스트로 무대에 올라 견고한 호흡을 꾀한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지금까지 오픈된 티켓 6만장이 일찌감치 매진돼 당초 예정보다 공연을 일주일 연장한 상태다.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확인한 한국판 '데스노트'는 무엇보다 홍광호와 김준수를 비롯해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 등 주조역 배우들의 탄탄한 가창력이 힘을 발휘한 무대였다.
특히 홍광호와 김준수의 '미친 가창력'은 무대를 압도했다. 서로 다른 색깔과 개성을 지닌 두 사람의 노래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부드럽고 깊은 음색의 홍광호는 감미롭게 속삭이다 솟구치는 고음을 터뜨리는 등 목소리 톤과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완벽한 노래를 보여줬다.
김준수는 하늘을 찌르는 듯 날카로우면서도 토해내는 듯한 강렬한 노래로 객석을 빨아들였다. 저음과 고음, 허스키한 톤이 공존하는 특유의 목소리가 스산하고 음침한 '엘'의 캐릭터에 잘 맞아떨어졌다.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뒷받침되면서 가창력이 아쉬웠던 일본 오리지널 공연보다 음악도 훨씬 생생하고 풍성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라고 할 수 있는 '라이토'와 '엘'의 대결이 뿜어내는 팽팽한 긴장감과 극적인 폭발력이 좀 더 선명하게 표현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데스노트를 손에 넣고 '정의의 심판자'를 자처하다 타인의 목숨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 괴물로 변해가는 '라이토'를 연기한 홍광호와 음침하고 기묘한 분위기의 '엘'을 맡은 김준수는 각자의 역할을 비교적 무난한 연기로 소화했다.
하지만, 원작 만화나 오리지널 공연에서 맛볼 수 있었던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은 다소 떨어졌고, 두 사람이 말과 노래로 벌이는 '격투'의 화학반응도 조금 밋밋했다.
뮤지컬은 만화책 12권 분량의 원작을 2시간30분 무대에 비교적 잘 압축해냈다. 다만 라이토가 FBI 요원들을 살해하거나 엘이 라이토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의 일부 장면은 극 안에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해 원작을 모르는 관객은 줄거리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듯하다.
공연은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는 5만∼14만원. 문의 ☎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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