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승리, 공화와 손잡고 TPP 신속협상권 확보…협상 탄력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5 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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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성공으로 '친정' 민주·힐러리 난감…대선 영향 주목
△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이슬람교도의 단식월인 라마단을 기념해 '이프타르 저녁'(라마단 기간 해가 진 이후 하루의 단식을 마무리하며 먹는 저녁)을 한 자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오바마 승리, 공화와 손잡고 TPP 신속협상권 확보…협상 탄력

'적과의 동침' 성공으로 '친정' 민주·힐러리 난감…대선 영향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친정 '인 민주당이 아니라 야당인 공화당과 손잡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신속협상법안을 끝내 관철했다.

공화당 주도의 미 상원이 이날 TPP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0표, 반대 38표로 통과시킨 것이다.

하원이 앞서 지난 18일 찬성 218표, 반대 208표로 TPA 부여 법안을 일찌감치 처리한 만큼 이 법안은 상·하원의 관문을 모두 통과했으며,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남겨두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이 넘어오는 대로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지난해 1월 TPA 부여법안이 발의된 지 1년5개월 만에,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고서 법안이 재발의 된 지난 4월 17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TPP에 반대하는 민주당은 지난해 법안 상정 이후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올해 공화당이 주도권을 잡고 나서야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TPA 부여 법안의 연계법안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 역시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이 TPA 부여법안 처리 직후 구두표결로 TAA 법안도 신속히 처리해 하원으로 넘긴데다가, 그동안 TAA 법안을 저지해 온 민주당 하원 지도부가 이날 "TPA 부여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TAA 법안을 저지할 명분이 없어졌다"며 사실상 '백기 투항'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TAA는 무역협정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이직 등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로,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당은 TAA를 지지하면서도 TPA 부여 법안 자체를 무산시키고자 지난 12일 하원 표결에서 TAA 안건을 전략적으로 부결시킨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TPP 문제 때문에 한때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의회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값진 역전승을 거둔 셈이다.

대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 기반인 노동계 표를 의식한 민주당의 발목 잡기로 인해 앞선 상·하원 표결에서 TPA 부여법안이 각각 한 차례씩 부결되면서 구겼던 체면도 한꺼번에 살렸다.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는 '적과의 동침'이 성공한 의미도 있다.

야당인 공화당이 TPP를 찬성하고 여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공화당과의 공조로 승리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의 반대로 TPA 부여법안과 TAA 법안의 패키지 처리가 불발되자, 공화당과 협력해 두 개 법안을 분리해 TPA 부여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TAA 법안을 처리하는 지략을 썼다.

미 언론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TPP가 오바마 대통령의 후반기 최대 역점 과제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승리로 확실한 정치적 업적을 남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TPA 권한을 토대로 교착국면에 놓여 있는 현행 TPP 협상에서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TPP 협상을 7월 중 마치고 연말까지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는 구상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속협상권'으로도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미 의회가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오직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TPP 협상 조기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현재 일본과는 농산물, 캐나다와는 우유 등 낙농제품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협상의 조기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워싱턴D.C. 소식통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안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과 반대 입장에 섰던 터라 직·간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반대파와 호흡을 맞춰왔다.

그는 앞서 지난 14일 아이오와 주 유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펠로시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원 동지들의 말을 듣고 협력해야 한다. 약한 협상결과가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가능한 한 최상·최강의 협상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향 수정'을 촉구했다.

재임 중 TPP를 지지해 온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 표를 의식해 TPP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은 이번 TPP 싸움의 승자와 패자를 분석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은 중간 지점에 놓았다. TPP 지지론자이면서도 대선 전략상 대놓고 찬성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승자로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공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기업가단체 등을 꼽았고 패자 명단에는 반대의 최선봉에 서 온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노동자 단체를 꼽았다.

한편,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무역 분야에서 대승한 후 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강력한 노동자 권리 및 환경보호 조항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NYT는 노동단체, 환경단체, 그리고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이 미국 노동자 일자리 감소, 환경 악화,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혜택 등을 이유로 이 법안에 반대해온 점을 상기시키면서 "(TPP 협상이) 광범위하고 초당적인 지지를 확보하려면 미 행정부는 많은 민주당원이 제기한 정당한 우려를 반영시켜 협정을 타결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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