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 염원하는 대상이자 대항 주체였던 '민중'
이남희 UCLA 교수의 '민중 만들기'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민중이란 무엇인가.
민중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 국민, 피지배 계급으로서의 일반 대중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민중이라는 개념은 사전적 의미에 더해 역사적·이념적 배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한국학을 연구한 이남희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교수는 저서 '민중 만들기'에서 1970∼1980년대 지식인과 학생 운동권이 '(재)발명'한 민중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한다.
이들이 볼 때 한국의 근현대사는 '실패한 역사'다.
일제 식민지 경험, 한국의 직접적 참여없이 이뤄진 해방, 외세 개입에 의한 분단과 전쟁 등 우리는 한 번도 역사의 주체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식인들은 실패한 역사를 극복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공식적인 발전 전략과 담론에 맞설 수 있는 대항 주체로서의 민중을 만들어냈다.
민중은 지식인과 대학생들이 간절히 염원하는 유토피아적 지평을 구성하는 대상이자, 기존의 실패한 역사는 물론이고 국가가 주도하는 발전주의적 지배 담론에 맞서 쟁투를 벌이는 대항 공론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지식인과 대학생들은 어떻게 민중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고, 민중에 대해 어떤 논쟁을 벌였으며, 민중에 대한 자신이 고민을 어떻게 실천했을까.
저자는 이 답을 구하기 위해 시, 수기, 소설 등 문학작품은 물론이고 다양한 팸플릿, 대자보, 회의 문건, 학술대회, 마당극 등을 통해 당시 운동권이 시행한 '민중 프로젝트'들을 살핀다.
책을 읽다 보면 부분적으로 운동권에 대한 비판적 서술이 나온다.
저자는 그러나 "그들의 희생정신, 그들의 시대적 사명감, 그들 행동의 역사적 가치가 축소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마니타스. 524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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