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충치예방 불소, 목숨 건 실험 끝 빛 봐
(서울=연합뉴스) 1886년 6월26일 프랑스 화학자 앙리 무아상(1852∼1907)이 파리의 실험실에서 세계 최초로 원소 상태의 플루오린(원소기호 F·일명 불소)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충치 예방 효과로 유명한 '불소'가 인류의 손에 들어온 순간이다.
플루오린은 애초 자연 상태에서 광석 등 화합물 형태로만 존재했을 뿐 순수한 원소로는 볼 수가 없었다. 플루오린 원소의 추출은 19세기 세계 화학계의 관심사였지만 실험이 극도로 어려웠다.
플루오린은 다른 물질과 격렬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금속·유리 용기를 녹이는데다 독성이 강해 조금만 잘못 다뤘다가는 자칫 사람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실제로 19세기에 플루오린 실험 중 화학자가 시력을 잃거나 숨지는 사고가 잇달아 '플루오린 순교자'란 말까지 나왔다.
무아상의 1886년 실험은 플루오린 분리에 대한 예전 실패 사례를 토대로 나온 성과다. 영하 50도 상태에서 전기 분해로 플루오린 원소를 분리, 특성을 연구했다. 무아상은 이 공적으로 1906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미량의 플루오린은 입속 유해균이 치아를 부식시키는 것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플루오린 화합물은 20세기부터 치약의 주요 원료로 쓰였고, 미국, 호주, 칠레 등은 플루오린을 수돗물에 첨가해 충치를 예방하고 있다.
한국은 1981년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에서 최초로 수돗물에 플루오린을 넣기 시작했고 현재 강원 강릉, 전남 여수 등 1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돗물에 플루오린을 투입한다. 일각에서는 플루오린이 기준치를 넘기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며 플루오린 첨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플루오린이 세상에 주는 혜택은 이 밖에도 다양하다. 프라이팬 코팅 물질과 고어텍스 등 방수·통기성 섬유의 표면 처리 물질이 모두 플루오린 화합물이다. 항우울제 프로작 같은 의약품도 플루오린 화합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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