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지상 좌담' 무산될 듯…역제안·거부 잇따라(종합2보)
김명인·조영일 "공개 토론 전환하라" 권성우·오길영 "몰상식"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한국 '문학권력'의 한 축으로 지목된 출판사 문학동네가 이들을 비판해온 평론가 5명과 문학동네 편집위원 일부가 참여하는 좌담을 제안한 가운데 실제 좌담회가 어떤 형태로 열릴지 주목된다.
좌담 참여 제안을 받은 5명 가운데 좌담에 참석하겠다고 한 평론가들이 '지상(紙上) 좌담' 대신 '공개 토론회'를 요구하고 3명은 불참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문학동네가 애초 계획한 비공개 논의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일 문학평론가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학동네 편집위원에게 좌담에 참석하겠다고 답했지만, 지상 좌담이 아닌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지상 좌담을 하겠다는 것은 문단 내부 문제로 해결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미 문제가 전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공개적으로 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조 평론가는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이렇게까지 한국문학이 큰 관심을 끈 적이 없다"며 "공개 토론의 부작용도 있겠지만 적절한 토론이 진행되고 해결책이 제시되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인 평론가도 "문학동네에서 다음 달 13∼21일 중에 좌담하자는 제의를 어제(25일) 받았다"며 "충분히 일방적인 제안이라서 당황스럽지만 원칙적으로 대화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좌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평론가는 다만 "이번 좌담은 문학동네 편집위원과 일부 비판적 평론가의 소규모 좌담이 아니라 창비와 문학과지성사 편집위원,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제 목소리를 못 내는 작가들이 모두 모이는 공개적인 토론회가 돼야 한다"며 "우선 문학동네가 제안한 것을 계기로 더 의미 있는 토론의 장으로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은 전날 발표문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문학동네가 경청해야 할 말씀을 들려주신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이명원, 조영일 평론가가 좌담의 장에 참석할 것을 청한다"며 "문학동네 편집위원 일부가 좌담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좌담에서 소위 '문학권력'에 실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또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 것인지 등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가운데 연구차 국외에 체류 중인 권성우·오길영 평론가는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두 평론가는 권씨의 페이스북에 공동으로 올린 글에서 "'공개 초대'라 하더라도 사전에 상대방의 동의를 먼저 구하고 대외적으로 공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사전 협의 없이 토론회 참석을 요청하는 문학동네의 몰상식에 대해 항의하고, 분명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먼저 문학동네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신경숙 문학의 '신화화'를 초래한 문학동네의 행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며 "이러한 입장 표명과 반성 없이 이뤄지는 토론회는 이제 전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린 이 엄중한 사안을 호도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명원 평론가도 밤사이 SNS 등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차미령 문학동네 주간은 "지난 1주일간 문학동네에 비판을 제시한 분 모두와 대화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문학 권력'에 대해 입장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던 분들을 위주로 초청자를 정했다"며 "균형을 맞추고자 문학동네 편집위원 몇 명이 참여할지는 초청 평론가의 참석 의사에 따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학동네는 우선 다음달 중·하순에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8∼9월에 나오는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 발표하는 '지상 좌담' 형식을 계획했다.
하지만 그나마 좌담에 참여하겠다는 2명도 모두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면서 앞으로 이 좌담의 형태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차 주간은 "공개 토론회보다는 지상 좌담이 더 많은 얘기를 밀착해서 구체적으로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계간지 가을호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녹취록이나 전문 공개 등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차 주간은 또 "토론 방식과 시점, 실시간 공개 여부 등은 초청한 평론가들의 참석 의사를 모두 수렴한 뒤 편집위원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학동네는 좌담에서 제기되는 지적을 어떻게 출판사·문예지 운영에 반영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문학 권력' 논란과 별개로 출판·평론 시스템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내부에서 오래 제기됐고, 이번 좌담은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로 듣겠다는 입장이다.
김 평론가는 "대형 문학잡지와 대형 출판사가 같은 자본의 소유라는 것이 베스트셀러 작가 위주 문학 시스템의 가장 큰 요소라는 점을 좌담에서 강조하고 싶다"며 "문학동네 등이 정말 문학을 사랑한다면 대형 문예지 운영을 포기하거나, 편집을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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