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의 만남> 온몸으로 청춘의 짐과 마주하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8 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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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월든' vs '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책과 책의 만남> 온몸으로 청춘의 짐과 마주하기

'봉고차 월든' vs '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세상의 무게와 정면으로 마주 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선택지를 놓고 청춘들이 겪어야 하는 모색과 방황은 설렘과 고통을 함께 수반하기 마련이다.

청춘의 분투기를 생생하게 다룬 두 권의 책이 최근 함께 출간돼 눈길을 끈다. 미국의 한 젊은이가 학자금 대출의 압박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자아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봉고차 월든'(문학동네)과 한국의 젊은이가 호주 워킹 홀리데이 현실을 몸소 체험한 과정을 그린 '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후마니타스)다.

말 그대로 분투기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주어진 삶에 안주해선 안되겠다는 자성을 불러 일으킨다. 동시에 젊은이들이 처한 어려운 취업 현실과 미국에서도 별반 다를 바 없는 대학교육의 문제점, 장밋빛으로 치장된 워킹홀리데이의 실상 등 현실을 깊이 있게 성찰해보도록 이끈다.

◇ 문명을 떠나 자아에 눈뜬 젊은이의 '빚 없이 학위 따내기' 도전

미 뉴욕주 교외의 휘트필드에서 자란 켄 일구나스.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에 재학하면서 2만7천달러의 학자금대출 부담을 안게 된 그는 더이상 이렇게 안일하게 살아선 안된다는 마음속 외침을 듣는다.

그가 우선 택한 탈출구는 '알래스카 여행.' 친구와 별 준비 없이 무작정 등반에 나선 끝에 홀로 '블루클라우드'에 오른다. 스스로의 하찮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그는 자신이 등정할 다음 목표로 '빚 갚기'를 정한다.

알래스카 여행 가이드와 쓰레기 청소, 래프팅 경험 등은 그에게 문명의 이기에 기대지 않고 자연 속에서 검소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삶의 방식을 일깨운다. 그렇게 수도사와 같은 3년의 인고 끝에 빚 청산에도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이건 전반부일뿐.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빚 지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해보자는 새로운 뜻을 품고, 일구나스는 '봉고차'에서 생활하기에 도전한다.

쥐와의 동거, 혹한기의 추위 등 물리적 어려움도 어려움이었지만, 혹시나 학교 주차 관리인에게 걸려 쫓겨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람들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게 가장 견디기 힘든 괴로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빚없이 졸업장을 따내는 일에 성공했고, 졸업자 대표로도 연설했다.

그가 남긴 연설은 통상의 대학교육과 취업의 벽을 뚫기 위해 젊은이들이 겪어야 하는 삶의 무게를, 또한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요즘 학생들은 험난한 취업시장을 지나 무급 인턴을 에둘러 하늘만큼이나 넓은 학자금 대출의 촘촘한 그물을 뚫고 날아오르기 위해 악전고투합니다. (중략) 사람은 단순히 빚이 없거나 커다란 소름끼치는 봉고차 안에서 돈을 아끼며 산다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우선 자기반성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그동안 자신을 묶어두었던 그물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일구나스는 '봉고차 월든'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그러나 이로부터 부여된 고연봉 잡지사 기자 취직의 기회를 사양한 채 새로운 자아 찾기의 여정에 나섰다고 한다.





◇ 워킹홀리데이 경험으로 얻은 '새로운 시선'

대학에서 신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정진아씨는 공부를 즐겼지만, 이후의 삶을 어떻게 풀어갈지 감당할 수 없었다고 했다. "비싼 취미 생활"의 끝에 불안을 느낀 그가 택한 탈출구는 호주로의 '워킹홀리데이'였다.

워킹홀리데이 제도란 해당 국가에서 여행과 어학연수, 취업을 할 수 있는 장기 비자 발급의 제도를 말한다.

정씨는 2009년 2월 대학을 졸업한 뒤 3월 호주로 떠나 겨울까지 지낸 워킹홀리데이의 실제 경험을 고스란히 책으로 엮었다.

주스 판매점과 초밥집, 딸기와 포도농장 등 그가 호주에서 겪은 노동의 경험은 말 그대로 또 하나의 분투기다. 현지인들은 피하려고 하는 고된 노동일을 저임금으로 충당하려는 호주 사회의 민낯과 구조적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정 씨는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한국의 무심함, 이주 노동을 통해 자국의 하층 노동을 채워 나가려는 호주, 결국 스펙을 쌓았으니 과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워킹홀리데이 경험자들 모두가 이상한 제도를 연장하게 만드는 '공모의 주체'들이라 지적한다.

공식 비자를 통해 일하는 만큼 최저임금 보장이나 의료보험 보장, 영사관의 지원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워킹홀리데이의 경험을 통해 "일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소중한 시선"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도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으로 수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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