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재벌남'…주지훈과 박형식의 매력
SBS '가면'의 최민우·'상류사회'의 유창수 역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SBS 월화극 '상류사회'와 수목극 '가면'이 나란히 인기를 끌면서 극중 재벌2세로 등장하는 주지훈(33)과 박형식(24)도 부상하고 있다.
특히 '가면'의 주지훈은 그간의 연기력 논란을 딛고 한 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상류사회'의 박형식은 주인공인 성준을 제치고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에서 나란히 방점을 찍는다.
두 배우 모두 극중 까칠한 재벌가 도련님을 맡고 있지만, 코미디와 애교, 순수함을 고루 섞은 연기로 인간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 주지훈, 어두움 속 코미디도 자유자재로
지난 2012년 SBS TV 주말극 '다섯 손가락'의 주인공 유지호 역을 맡았던 주지훈에게는 연기력 부족이라는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어색하고 경직된 행동과 과장된 '까칠함'이 불편함을 안겨줬고, 무엇보다 대사 처리에서 나타나는 주지훈 특유의 톤이 실소를 자아냈다.
당시 '다섯 손가락'의 김순옥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지훈의 대사나 호흡법 등이 기존 연속극에서 보던 것과 달라 낯설게 느낄 수도 있지만 보다 보면 중독성이 있다. 오히려 지호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강조할 수도 있겠다 싶다. 기존에 보던 연기와 다르다고 그의 연기가 잘못됐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애써 옹호했다.
그로부터 3년 뒤, '가면'에서 주지훈이 그리는 최민우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시비'가 붙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최민우에 대한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고, 음모에 의해 환각에 시달리는 재벌2세 최민우가 결벽증으로 까칠하게 굴면서도 한 여인에게 마음을 내어주게 되고, 그러다 배신당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주지훈은 '에지있게' 그려내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최민우가 아내인 지숙(수애 분)에게 배신당한 것을 확인하고 소리없이 절망하는 장면은 그중에서도 백미였다.
주지훈은 또한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연기 속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코믹적인 상황에도 능청맞게 대응하며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계란 세례에 경악하는 표정, 호기롭게 3억 원을 인출하러 은행에 갔다가 500만 원이 부족해 당황하는 모습 등은 '가면'에 숨 쉴 구멍을 준다.
연예계에서는 그가 지난해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 박형식, 여심을 들었다 놓았다
박형식에게 뼛속까지 선민의식으로 사로잡힌 재벌 2세 캐릭터를 입힌 것은 허를 찌르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성공적이다.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의 멤버이자, '진짜 사나이'와 '정글의 법칙' 등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간 박형식은 편안하면서도 까불거리며 소탈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2013년 '상속자들'에서도 있는 집 자식을 연기하긴 했지만 학업에 뜻은 없고 밤마다 클럽에 가서 노는 허랑방탕한 철부지 고등학생이었고, 지난 2월 큰 인기 속에 막을 내린 '가족끼기 왜이래'에서는 되는 일 없는 청년 백수에서 두부장수로 변신하는 차달봉을 연기했던 그다.
그런 그가 '상류사회'에서 유민그룹의 셋째 아들 유창수를 연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보고 또 봐도 신선하고 흥미롭다.
일찍이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선보였던 박형식은 자칫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일 수도 있는 재벌 2세 캐릭터도 보란듯이 소화해내고 있다.
지금도 부자지만 전용기를 거느리는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응당 정략결혼을 하리라 마음먹고, 부하직원인 준기(성준 분)를 좋을 때는 친구라고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색을 하며 계급을 따지는 유창수는 때가 많이 묻어 약삭빠르지만, 아직은 한편에 순수함과 순진함이 남아 있다.
박형식은 '도련님' 유창수는 서늘하게 표현하면서도, 백화점 아르바이트생 지이(임지연)에게 속절없이 빠져드는 모습에서는 청춘의 멜로를 알콩달콩하게 그리면서 미워할 수 없는 재벌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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