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첫사랑·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9 10: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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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첫사랑·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 첫사랑 = 소설가 이순원의 새 장편.

주인공 정수는 십수 년 만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간다. 자리에 나온 모든 남자 동창들은 '모두의 첫사랑' 자현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한 학년에 46명, 초등학교 6년 내내 같은 반이던 강릉 '가랑잎초등학교' 친구 가운데 가장 예뻤던 자현이는 30대에 남편을 잃고, 재혼을 했지만 그 남편과도 헤어져 두 아이를 어렵게 키우는 중년이 됐다.

소식만 간간이 전해질뿐 동창회에는 나오지 않는 자현이를 궁금해한다.

정수는 다른 동창들보다도 더 오래 얼굴을 못 봤고, 그래서 더욱 보고싶어하는 자현이를 20여 년 만에 찾아간다. 역시나 혼자가 된 다른 동창 은봉이와 자현이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다.

예전의 깜찍한 모습보다 훨씬 강해진 자현이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동창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마주하는 정수는 첫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맺지 못한 결실 때문이 아니라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동경 때문에 더욱 애틋한 첫사랑. 모두의 마음속에 그렇게 오래 기억되는 첫사랑은 어떤 풍파를 겪어도 가슴 한구석에 소중히 지켜두는 순수성을 의미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줄거리를 담은 자연스럽고 담백한 작가의 문체가 두드러진다.

북극곰. 244쪽. 1만5천원.



▲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 소설가 김종옥의 첫 소설집.

그의 201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등단작)인 '거리의 마술사'를 포함해 12편의 단편이 담겼다.

'거리의 마술사'는 학교 왕따 문제를 마술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수차례 다뤄졌으면서도 결코 무뎌질 수 없는 윤리적 통점을 짚어냈다. '레인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외톨이 '남우'가 자살하는 것을 본 친구가 당시 상황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표제작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의 주인공 '나'는 버스 정류장에 모인 여학생들을 보며 그들과 비슷한 시절을 거쳤을 옛 애인들을 떠올린다.

옛 애인들은 과천에 산 적이 있거나 언젠가 과천에서 그와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구체적인 연결 고리 없이 쏟아지는 기억을 어찌할 수 없다는 듯 과거를 회상한다.

김종옥의 소설은 이렇게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주인공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날들을 회상하는 것을 보면 읽는 이도 자신의 지나온 시간, 놓쳐버린 장면과 재회한다.

김종옥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소설 쓰는 일의 의미를 소개한다.

"나는 항상 내가 좀 더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언젠가는 다른 내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게 소설가였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속에서 소설가란 그런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후세에 남을 어떤 멋진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그런 것. 미래의 나 자신."

문학동네. 35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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