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치프라스…국민투표후 그리스의 운명은
찬성 나와도 단기간 디폴트·그렉시트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내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29일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서구 언론들은 치프라스 총리의 도박에 따른 동요가 현실화되면서,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그리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과연 이같은 승부수를 던진 치프라스 총리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 구제금융 찬성시에도 단기간 디폴트·그렉시트 가능성
그리스 국민이 오는 5일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이 제안한 구제금융 협상안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단기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피하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있다는 게 FT와 WSJ 등의 분석이다.
FT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하우는 29일 '그렉시트와 이후'라는 칼럼에서 "찬성이 나오더라도 초기에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구제금융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유로존에 남아있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겠지만, 그리스 정부는 그래도 자본통제를 계속하고, 유로로 표시된 병용통화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에도 짧은 기간 그렉시트나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고 뮌하우는 덧붙였다.
뮌하우는 "만약 잘돼서 자본통제 조치를 철회하고, 유로존에 남더라도 그리스 은행들은 채권단과 협상을 통해 자본구조 재조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찬성이 나오면 국민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촉구한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으로 인식돼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조기총선 실시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리스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그래서 새 정부가 꾸려지고, 재협상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불확실성과 자본통제는 여름 내내 지속될 것이고, 경제는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그리스 은행의 피해가 너무 커서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현재까지는 그리스 국민이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47.2%, 반대는 33.0%로 각각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67.8%가 유로존 잔류를 원한다고 답한데 비해 탈퇴(그렉시트)를 바란다는 응답자는 25.2%에 그쳤다.
◇ 반대시 그렉시트 불가피…2008년 금융위기를 재연하지는 않을 것
그리스 국민 사이에서 반대가 우세할 경우 그렉시트가 불가피하다.
WSJ에 따르면 이 경우 그리스는 디폴트를 선언해야 하고, 공공부문의 임금과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들에 더이상 긴급유동성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곧 지급불능상태에 빠지고, 다시 문을 열기 전까지 자본구조 재조정을 해야 한다.
그전에 그리스 정부가 새 통화를 찍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WSJ은 "이 경우 그리스 경제는 크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정치경제적 위기가 총체적 사회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FT의 뮌하우도 "반대라는 결과가 나오면 그렉시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렉시트가 실제로 발생해도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 수준까지는 안 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외국은행들은 이미 지난 몇 년간 그리스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였다"면서 "그렉시트를 리먼브라더스 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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