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앞두고 그리스 긴장 고조…곳곳서 충돌과 대립
경제는 거의 마비…국민들은 혼란 상태
(아테네·서울=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김남권 기자 =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 국민투표를 이틀 앞둔 3일 그리스와 유럽대륙에서 긴장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럽 각국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선진국들도 국제 세력 판도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그리스 국민은 찬성과 반대를 놓고 혼란스런 상황에 빠졌고 경제는 거의 마비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채권단이 제안한 협상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시행(5일)을 앞두고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은 곳곳에서 날카로운 신경전과 불꽃 튀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한 민영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채권단 협상안에의 찬성은 그리스에 추가적인 짐을 지우는 결과를 낳는다"며 "반대표가 많으면 많을수록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채권단과 48시간 이내에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표를 독려하는 그리스 정부와는 달리 채권단은 그리스 경제를 위해서는 협상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제안이 부결될 경우 그리스의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셸 샤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벗어나는 것은 "재앙"이라며 "그렉시트는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예상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와 야당간의 싸움도 본격화됐다.
그리스 정부는 2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제안한 배경과 채권단의 제안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등을 소개한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반면 제1야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 역시 웹사이트에 찬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실었다.
그리스 연립정부의 균열 조짐도 나타났다.
연립정부의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 소속 의원 3명도 이날 각각 기자회견과 성명 등을 통해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작 그리스 국민들은 난무하는 '구호'와 '협박' 속에서 혼란에 빠졌다.
아테네 시민 에리카 파파미찰로폴로(27)는 "누구도 국민투표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면서 "찬성을 찍으면, 혹은 반대를 찍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말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리스 경제는 거의 마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심해지면서 정부의 자본통제 조치에도 그리스 은행들의 현금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콘스탄틴 미칼로스 그리스 상공회의소 회장은 "은행에 현금이 떨어져 가고 있다"며 "그리스 은행의 현금보유액이 5억 유로(6천225억원)까지 줄었다는 사실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리스 거리의 식당은 한산하고 대중교통도 연료 절감을 위해 운행이 감축됐다. 슈퍼마켓에서는 식품 사재기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중소기업들을 대표하는 그리스상업연합회의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소비가 70% 급감했다. 서로 아무도 믿지 않고 도소매간 거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가 식품과 원자재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지만 은행 영업중단으로 대금을 지불할 방법이 없어 현지 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번 주야 재고가 있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다음 주는 어찌 될지 모른다.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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