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개인투자자, '국경 넘는 주식투자' 가세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동남아의 개인 투자자들이 국경을 뛰어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3일 보도했다.
국내 기업 주식에 만족하지 못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의 개인투자자들이 주변국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고 일부는 상승장세를 연출하는 일본 증시도 기웃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경제공동체 출범을 앞두고 역내 타국에 투자를 확대하려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높은 상태여서 국경 없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활성화에 탄력을 제공할 수 있다.
태국 방콕의 무역 회사의 한 직원은 올해초 증권사 창구를 찾아가 100만 바트를 들여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 주식을 샀다. 국내 기업 주식만 사고 팔았던 그가 베트남 주식을 산 것은 베트남이 "20년전의 태국"이며 "성장의 기회가 많다"는 태국판 워런 버핏의 말에 힘입은 것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세안 6개국의 상호 투자액은 2014년 6월말 현재 409억 달러다. 최근 10년간을 보면 규모가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해외 투자의 주역은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이다. 여기에 중산층에 속한 개인투자자들의 저변이 확산되면서 더 나은 수익을 쫓는 돈들이 역내 타국의 성장주에도 몰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증권사 RHB는 개인 투자자로부터 얻는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외국 주식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미국과 홍콩 주식 투자가 주류였지만 최근 2, 3년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주식을 사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역내 투자에는 장애물이 없지 않다. 국가별 통화가 달라 환율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콸라룸푸르에서 연금으로 생활하는 전직 공무원 A.C. 웅(79)은 최근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외국 주식을 사기가 곤란해졌다며 아쉬워했다.
주식 정보의 입수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주변국의 기업 실적과 증시 동향을 알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실적과 증시 동향을 파악하는 것 이상의 수고를 요한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부동산업자는 국내 증시에서 눈길을 돌려 동남아 기업의 물색을 시작했지만 투자 대상국은 영어가 통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예전에 거주했던 덕분에 현지어를 알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도로 제한했다.
국경을 넘은 주식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ASEAN 경제 공동체가 자본 시장 통합을 목표로 각국의 증권 거래소를 상호 연결하여 자국의 증권 회사를 통해 주변국에 투자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참가국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3개국이다.
세계증권거래소연맹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아세안 6개국 증시의 시가 총액은 총 2조4천400억 달러로 도쿄 증시의 절반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ASEAN 회원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면서 일본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 주가가 15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존재감은 구미 기관 투자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ASEAN의 인구가 6억명에 달하고 ASEAN의 성장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태국 방콕의 통신 회사에서 일하는 한 엔지니어는 일본은행이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2013년 봄 일본 주식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그는 대표적 은행주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의 주식에 투자해 40%의 수익을 챙겼다.
그가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은 4년 전. 은행에 돈을 넣어도 만족스러운 이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태국 외에도 인도네시아 통신과 제약회사,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식들을 보유하고 있다.
동남아의 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일본 주식은 아직 친숙하지 않다. 이들이 주로 거래하는 종목도 미국, 홍콩, 영국, 호주 등의 주식들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와서 동남아의 증권사들도 일본 주식의 소개에 주력하기 시작했고 일본 기업도 해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투자설명회(IR)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현재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IR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들 뒤에는 고도 경제성장으로 대두되는 두터운 중산층이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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