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문단 지배하는 '선생님'들이 발전 가로막아"
'악스트' 창간호 인터뷰에서 '문단 마피아' 비판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문단의 작가들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어떤 시선이냐 하면 바로 선생님들의 시선이다. 책상 앞에서 글을 쓰는 동안 선생님들의 엄한 눈이 등 뒤에서 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거다."
'고래'의 작가 천명관(51)이 한국 '문학 권력'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3일 출간된 은행나무 격월 문예·서평 잡지 '악스트'(Axt) 창간호 인터뷰에서다.
이 인터뷰는 문학 권력 논란의 촉매가 된 신경숙 표절 논란이 제기되기 두 달 전인 4월에 이뤄졌다.
천씨는 이 인터뷰에서 국내 출판사와 언론사, 대학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해 문학계 시스템을 만들고 작가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권력을 '문단 마피아'라고 칭한 천씨는 그 핵심 구성원으로 대학교수와 문예지 편집위원 '선생님'을 지목한다.
천씨는 "지금의 문단 시스템은 독자와 상관없이 점점 더 대학에 종속돼가고 있고 문창과(문예창작과)가 없으면 문학도 사라질 거라는 얘기들을 한다"며 "선생님들은 모두 대학을 근거지로 삼아 물밑에서 문단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작가 지망생들이 대학을 다니며 교수의 지도와 평가를 받고, 등단할 때는 이들의 심사를, 원고 청탁을 받을 때도 편집위원의 평가를, 문학상 후보에 오를 때 또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천씨는 그러면서 "결국 선생님들의 평가와 심사가 작가의 문학적 성취와 문단에서의 위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천씨는 이 '선생님'들이 주도하는 한국의 문학상 제도가 문학의 획일화까지 이어진다고 봤다.
그는 "(문학상은) 대부분 단편에 주는 상인데 상은 여러 개이지만 문학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획일화되어 있다"며 "이는 심사위원이 모두 같은 선생님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씨는 "매 시즌 문학상을 놓고 겨루는 이 리그에선 장편보단 단편이, 스토리보단 문장이, 서사보단 묘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대중의 취향과는 괴리가 있다"면서 "하지만 한 작가의 문학적 성취에 대한 유일한 잣대가 문학상을 얼마나 많이 수집했느냐, 하는 것이다 보니 작가라면 다들 이 리그를 포기하기도 어렵다"고 개탄했다.
천씨는 50년 넘게 문단을 지배하는 이 시스템이 "바깥에서 보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이며 "어떤 의미에서 봐도 나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영화판은 대학의 권위를 빌리지 않아도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문단도 당연히 작가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며 "대중 위에 군림하는 대신 대중과 소통해야 하며 평가는 당연히 독자의 몫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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