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폭풍우 동반 악천후속 60만명 모여…백악관 '파티' 취소도
테러경계·산불에도…미국 곳곳서 '독립 239주년' 자축(종합)
수백만명 성조기 들고 도심 운집…거리행진·야외콘서트·불꽃놀이
워싱턴DC 폭풍우 동반 악천후속 60만명 모여…백악관 '파티' 취소도
(워싱턴·뉴욕=연합뉴스) 김화영 노효동 김세진 특파원 = 미 합중국의 탄생 239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미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축하행사가 펼쳐졌다.
전국적으로 테러 경계령이 발동된 가운데 서부에서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동부 해안에서 상어 공격에 따른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미국의 독립 정신을 기리고 자축하는 국민적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강과 파랑, 하얀색으로 치장하고 성조기를 단 수백만 명이 주요 도심에 몰려나와 밤늦게까지 거리행진과 야외 콘서트, 불꽃놀이를 즐겼다.
수도 워싱턴D.C.에서는 오전부터 간간히 비가 내리고 일시적으로 강한 폭풍우까지 몰아치는 날씨 속에서 6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도심의 관광 명소인 내셔널 몰 주변에 몰려나와 다양한 축하행사를 벌였다.
이날 정오께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콘스티튜션 애비뉴에서는 약 2시간 동안 시민과 학생, 군인들이 거리 행진을 하며 독립을 축하했다. 시내 항공우주박물관에서는 공군 군악대가 축하 공연을 했고 아메리칸인디언 기념관에서는 전통무용 공연이 열렸다.
다만 오후에는 폭풍우가 불어닥치면서 관광객들이 건물 내부로 뛰어들어가 몸을 숨겨야 했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수백명의 미군과 그 가족들을 초청해 뒤뜰인 사우스론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 예정이었지만 악천후로 인해 이를 취소했다.
그러나 이날 워싱턴D.C 행사의 백미는 내셔널 몰에서 가수 베리 메닐로우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과 함께 열리는 6천500개의 폭죽이 발사되는 대규모 불꽃놀이였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은 테러 경계령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곳곳에서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직접 치안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맨해튼 등 주요 명소를 중심으로 7천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뉴욕은 1775년부터 1783년까지 영국을 상대로 한 독립전쟁의 대부분이 치러진 곳인데다 마지막 남은 영국 군대가 1783년 11월 25일 맨해튼에서 공식 철수하고 조지 워싱턴 장군이 입성함으로써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매년 독립기념일 행사에 각별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독립전쟁 중이던 1780년의 프랑스 군함 에르미온호(號)를 본뜬 참나무 목선이 뉴욕에 입항한 뒤 일반인들에게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 목선은 18세기 당시 프랑스의 마르키스 드 라파예트 제독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올때 이용했던 배의 모조본으로, 지난 4월 프랑스 라로셸에 위치한 옛 항구를 통해 대서양으로 출항했다.
독립기념일에 뉴욕서 연례적으로 열려온 한 '내선스 핫도그먹기 대회'에서는 62개의 핫도그를 먹어치운 맷 스토니(23)가 9연승을 노리는 조이 체스트넛(31)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체스트넛은 2년전 69개의 핫도그를 10분 만에 먹어치워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독립기념일 이벤트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는 이날 저녁 맨해튼 동쪽 이스트리버의 5개 바지선에서 펼쳐졌으며 기념 야외 음악회도 뒤따랐다.
1776년 7월 4일 미국 독립선언문이 선포된 장소로 '미 합중국의 탄생지'로 일컬어지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도심의 인디펜던스 홀에서 전통적 지역축제인 '리버티 블럭 타피'가 열렸다.
동성애자의 권리 확보를 위한 장외투쟁이 시작된 '자유의 축제' 50주년 기념행사도 함께 열렸다.
보스턴에서는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키스 로크하트가 지휘하고 복음성가 가수인 미셸 브룩스-톰슨이 애국가를 부른 가운데 불꽃놀이 축제가 밤 하늘을 수놓았다.
일리노이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인 '피자 포 패트리어츠(Pizzas 4 Patriots)'는 파이 5천 개를 아프가니스탄에, 1천 개를 쿠웨이트에 주둔 중인 미군 병사들에게 보냈다.
네바다주의 경우 32만여명의 관광객들이 라스베이거스로 운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대 유흥지역인 '더 스트립'(the Strip)의 시저스 팰리스 콜로세움에서 독립기념일 축하행사가 열렸다. 또 리노 필하모닉 오스케트라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 걸쳐 있는 호수인 레이크 태호에서 불꽃놀이와 함께 공연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미국 컨트리 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윌리 넬슨의 공연이 열렸고 오클로하마 주에서는 '수박씨 뱉기' 경기가 펼쳐졌다.
이 같은 자축 분위기 속에서도 서북부 주에서는 산불이 발생한 일부 지역에서 불꽃놀이가 취소되고 동부 해안 일부에서는 상어 출몰 주의보가 내려졌다.
특히 워싱턴 주와 오리건 주에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의 지자체들이 일제히 불꽃놀이를 중지시켰다. 캘리포니아주의 쿠퍼티노와 알래스카주의 앵커리지도 예정됐던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3일 밤 콜로라도 주 아본에서 '미국아, 안녕'이라는 제목의 불꽃놀이 축제가 열린 가운데 일부 폭죽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관광객 9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지난 2주일 간 상어 공격에 따른 사고가 7건이나 발생함에 따라 국립공원관리소가 휴양객들에게 상어 출몰에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내년 대권에 도전하는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주자들은 가장 먼저 대선경선이 치러지는 주요 경합지인 뉴햄프셔와 아이와주를 찾아 불꽃 유세전을 폈다.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뉴햄프셔주의 암허스트에서 거리행진을 한 반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같은 주의 북쪽 고햄시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걸었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뉴햄프셔의 호수 지역에서 휴일을 보냈고, 역시 공화당의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민주당 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아이오와주에서 지지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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