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르포> 세대간 찬반 뚜렷…투표는 차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5 18: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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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네"(찬성) vs 청년들 "오히"(반대)
"가장 중대하지만 가장 터무니없는 국민투표" 비판도
△ (아테네 AP=연합뉴스)

<아테네 르포> 세대간 찬반 뚜렷…투표는 차분

노인들 "네"(찬성) vs 청년들 "오히"(반대)

"가장 중대하지만 가장 터무니없는 국민투표" 비판도



(아테네=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지난 5년간 혹독한 긴축으로 깊게 패인 그리스 사회의 골은 5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장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백발의 노인들에 어떤 선택을 했느냐고 묻자 채권단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네(NAI)'('예'의 그리스어)에 투표했다며 단호하게 '네! 네!'라고 답했다.

반면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청년들은 '오히(OXI)'('아니오'의 그리스어)에 십자(+)를 기표했다며 "오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테네 도심 아나게니세오스 지역의 '아테네 제9 공립초등학교'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서 나온 것처럼 세대 간 격차가 뚜렷했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 손을 꼭 잡고 투표장에서 나오던 연금생활자인 디미트리스씨는 "그리스는 유럽에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테오는 "이번 투표는 유로존 찬반 투표가 아니라 추가 긴축에 찬반을 묻는 것"이라며 "그리스는 이미 5년 동안 희생했고 더는 희생할 수 없어 반대에 표기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일간 아브기가 지난 3일 내놓은 설문조사를 보면 채권단에 대한 반감은 젊을수록 컸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안정을 택했다.

연령별로 보면 18~24세는 반대에 찍겠다는 답변이 71%로 압도적이었으며 찬성표를 던진다는 답변은 20%에 그쳤지만 대부분 연금생활자인 65세 이상은 찬성이 56%로 반대(26%)의 2배 수준이었다.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날이지만 투표장은 겉보기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기보다 고온건조한 지중해의 여름의 눈 부신 햇살에 여유로운 일요일 나절 같았다.





투표장 주변에서 고성은 없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컸고, 학교 주변의 상점은 일요일이라 문을 닫아 한적했다.

그리스 민영방송 스카이와 알파, 메가, ANT 등이 특별 생방송을 진행하는 화면들에도 차분히 투표를 하는 모습들만 보였다.

아테네 제9초등학교 앞에는 그리스공산당 당원들이 자리를 표고 '오히'를 두 번 찍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올가라고만 밝힌 여성 당원은 "우리는 채권단에도 반대하고 유로존에 남겠다는 정부에도 반대한다"며 "두 제안의 차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를 두번 찍어 무효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공산당은 지난 1월 총선에서 5.5%를 득표해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15석을 차지한 제5당이다.





'OXI OXI'란 제목의 전단을 나눠주던 아나스타시아씨는 한 노파가 받아 들자마자 북북 찢어 버려도 웃으며 돌아섰다.

그는 "장담컨대 오늘 국민투표 안건인 채권단의 제안 문서들을 전부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며, 읽었다고 해도 전부 이해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그저 유로화냐 드라크마(유로존 가입 전 화폐)냐 선택하러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2일 개설한 국민투표 공식 웹사이트에 채권단이 제안한 문서인 '현행 프로그램 완수를 위한 개혁안'과 '5차 실사 완수와 연계한 지원안과 그리스 재정 수요', '그리스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 등 17쪽 분량의 영문 파일과 그리스어 번역본을 올렸다.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 스타티스 칼리바스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정치적 결정이나 가장 터무니없는 국민투표를 하러 간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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