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발언에 '개념 연예인' 수식어…"아직 대중교통 이용"
'화정' 한주완 "사랑에 눈먼 강인우, 악역으로 변신"
독립영화계서 연기력 다져…'왕가네 식구들' '간서치열전'으로 스타덤
소신발언에 '개념 연예인' 수식어…"아직 대중교통 이용"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트로이의 목마'로 잘 알려진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 최고의 미인 헬레네를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빼앗긴 그리스 왕자들이 열을 받아서 벌인 전쟁이다. 그리고 무려 10년간 이어졌다.
인간사는 결국 치정과 돈으로 요약된다는 말이 나오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MBC TV 월화 사극 '화정'에도 치정이 등장한다. 당사자에게는 '사랑'이겠지만 남들이 보기엔 '어리석고 미련한 사랑놀음'이다. 하지만, 그 덕에 드라마는 굴러간다.
'화정'에서 정명공주(이연희 분)를 놓고 죽마고우 홍주원(서강준)과 연적이 된 강인우 얘기다. 강인우는 허구의 인물이다. '화정'은 결국은 부부가 되는 정명공주-홍주원 커플 사이에 강인우를 배치해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청춘의 삼각 멜로로 시선을 끌고 있다.
강인우를 연기하는 한주완(31)을 최근 전화로 만났다.
"로맨티스트로 봐주시면 좋은데 이제 곧 강인우가 악역으로 변하게 될 것 같아요. 어쨌든 남의 여자인데, 그리고 나 싫다는데 계속 애욕에 사로잡혀 공주를 차지하겠다고 나섰으니….(웃음) 하지만 뭐,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그 시대에도 온갖 '막장'이 펼쳐졌잖아요. 하하."
'화정'의 시놉시스에 강인우는 '사랑에 버림받아 흑화된 킹메이커'라고 설명돼 있다. 조선 제일의 부자 강주선(조성하)의 유일한 후계자이지만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일찌감치 출사는 포기하고 허랑방탕하게 살아온 그는 정명공주를 차지하고자 아버지와 함께 인조의 편에 서서 광해를 몰아내게 된다.
"정실부인의 냉대 속에서 자라났고, 아버지와 정치적 노선이 달라 풍운아처럼 지내온 인물이죠. 기방을 전전하면서 여인들을 친절하고 상냥하고 푸근하게 대해왔고, 정의로운 면도 있어요. 그러다 정명공주에 대한 욕망으로 돌변하게 되죠."
그는 "강인우에게 홍주원은 형제같은 친구이기에 공주를 놓고 친구에게 등을 돌리는 게 정말 마음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사랑에 눈이 먼 강인우가 공주를 차지하기 위해선 그 미안함이 무뎌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독립영화계에서 활약하다 2013년 '왕가네 식구들'로 TV에 입성한 한주완은 시청자들에게 꽤 신선한 인상을 안겨줬다. 낯선 얼굴인데 연기력을 갖췄고,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깊이가 묻어나는 그는 막장 비난 속에서도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초대박을 친 '왕가네 식구들'의 인기를 타고 단번에 얼굴을 널리 알렸고, 그해 KBS 연기대상 신인상도 차지했다.
이후 그는 '조선총잡이'와 '간서치열전'을 통해 사극에 도전했고 연달아 '화정'에까지 출연하며 사극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연속해서 사극을 찍게 됐는데 재미있고 좋아요. 사극은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갈등에 깊이가 있어요. 독립영화에서 주제의식 있는 작품들을 하다 TV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그런 주제의식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했는데 사극은 현대극과 다른 지점이 있어요."
사극이긴 하지만 세 작품에서 그는 모두 허구의 인물을 연기했다. 심지어 서출에, 짝사랑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제가 서출 전문 배우가 된 것 같아요.(웃음) 사극에서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면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아요. 허구라 그만큼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지만, 반면 캐릭터의 균형을 잡는 데 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를 뺀 모두가 실존인물인 극 구조에서 어떻게 적재적소에 저를 포지셔닝 해야 하는가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숙제인 것 같아요. 허구의 인물이라 강인우의 운명이 어찌될지 끝날 때까지 모르잖아요."
그는 사극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된다면 "광해와 세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광해는 아주 매력적인 왕인 것 같아요. 명과 후금 사이에서 눈치를 많이 봤던 시대에 자립노선을 택하면서 피지배자인 농노들의 애환과 설움을 이해해주고 해결해주려고 노력했던 임금이죠. 세조는 악하게만 보이지만 카리스마가 대단했던 임금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평소 책을 가까이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작품에 들어가기 앞어 관련 서적을 보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는 일인데, 내 이야기가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요즘에도 촬영 틈틈이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보고 있고 인문서적을 한두 장씩이라도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KBS 연기대상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트위터에서 사회적 발언을 이어온 한주완에게는 '개념 연예인'이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사실 '개념'이라는 것은 당연시돼야 하는데 저한테 '개념 연예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많이 억눌려 있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동시에 그러한 수식어가 저를 고립시킨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개념 연예인'을 옹호하는 쪽도, 비난하는 쪽도 비슷하게 저를 고립시키는 느낌이에요. 누구나 살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 말이에요."
그러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해도 상황은 변한다. 한주완은 계속 유명해지는 계단을 오르고 있고, 독립영화계의 스타는 이제 주류 연예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기는 저 자신을 위해서도 하지만 대중이 봐주시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먹고 살기 위해서는 관심과 환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가 연기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개인적인 소신 발언을 이어가면 자칫 편견과 선입견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입니다. 정말 좋은 작품인데, 제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대중이 외면하거나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씁쓸하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 조심은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능하면 작품을 통해서 제 생각을 표출해야겠다 결심했어요."
이쯤되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것 같지만 한주완은 여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유명해졌다는 것은 전혀 모르겠어요. 아직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서 혼란이 일어난다거나 주변이 마비가 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요.(웃음) 가끔 제 얼굴을 보며 '어디서 봤는데…' 하는 식이죠."
하지만, 이런 '활보'의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렇죠. 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되죠. 하지만 그전까지는 자유롭게 다니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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