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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A=연합뉴스) |
<그리스 위기> 국민들은 왜 반대를…'역사적 감정'도 작용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그리스 국민들은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채권단 방안에 대한 '반대'를 선택했다..
5일(현지시간) 국민투표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정치권과 금융 시장은 '찬성' 우세를 점쳤다.
그리스 국민이 긴축 프로그램에 불만을 품고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권을 세웠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해서 자살하지는 않는다"며 찬성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을 저버리고 그리스 국민이 '반대'를 택한 것에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그리스-독일, 한일관계 못지않은 역사적 앙금 있어
우선 주요 채권국인 독일에 대한 역사적 앙금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1월부터 약 3년간 독일·이탈리아 등에 점령됐다.
독일 나치 정권 아래서 수많은 그리스 국민이 강제 징병·징용으로 희생됐고 값진 고대 유물도 약탈당했다.
그리스 정부가 올해 초 채무 재조정을 요청하면서 나치 피해 배상금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리스 정부는 나치 정권이 그리스를 점령해 피해를 입힌 대가로 독일 정부가 2천787억 유로(347조)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이미 1960년에 그리스의 요구에 따라 1억1천500만 마르크를 지불했으며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개별적인 배상도 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독일이 최대 채권국으로 그리스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채무 상환 압박을 가하자 그리스 국민으로서는 채권단의 제안 자체에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들은 그리스인의 자존심이 이번 국민투표로 드러났다며 경제적 셈법보다는 역사·사회적 배경이 투표 결과에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5년간의 긴축에도 나아진 것은 없었다" 불신 팽배
지난 2010년 첫 구제금융을 받은 이래로 5년간 긴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도 경제 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반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는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시행해 정부 지출을 대폭 감축하고 세금을 인상해 240억 유로(약 29조8천억원)에 이르던 재정 적자 30억 유로 흑자로 전환했다.
IMF는 그리스의 긴축 정책이 '누가 봐도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긴축정책으로 그리스 내부 사정은 어려워졌다.
최근 8년새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은 25% 줄었고 현재 실업률은 25%를 기록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긴축 프로그램을 또 받아들인다고 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번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우세하면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설득이 국민에게 호소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실제로 치프라스 총리는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이번에는 협상 테이블에 부채탕감 문제를 올릴 때"라며 채권단에 채무 탕감 내지는 재조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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