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힘없는' 미국, 방관 속 안보변수 주시
"채권단에 '긴축 재고' 말해봤자 씨도 안먹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그리스가 5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협상안을 거부했으나, 미국 정부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제이컵 루 미국 재무부 장관은 그리스 사태를 두고 쌍방의 타협을 종용해왔다.
그러나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협상안이 부결되고 그리스 위기가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중대한 이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견해 표명이나 제안은 현재까지 들려오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그리스 위기 앞에서 "미국은 무력한 방관자일 뿐"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FT는 "일부 좌파는 미국을 힘과 정의를 동일시하며 다른 나라의 경제를 마구 주무르는 악마로 여기지만, 이번 그리스 위기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그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국제 채권단에 긴축 요구를 재고하라고 요구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불황에 빠진 나라를 더 쥐어짜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입장에서는 미국이 그저 '옮지만 힘은 없는' 존재로서, 미국의 이 같은 요구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FT는 분석했다.
미국이 사태를 방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리스 사태가 미국에 경제적으로 끼칠 악영향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그리스의 경제규모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오리건 하나 정도이며 미국 전체 수출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006%에 불과하다.
미국 은행의 그리스 익스포저(손실 위험이 있는 금액)도 127억 달러(약 14조3천억원)로 전체 대외 채권액의 0.04%정도다.
온라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그리스 재정 위기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지만 미국 경제에는 미미한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위기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리스의 위기가 더 큰 규모의 경제 위기나 안보 위기로까지 비화할 우려가 있어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고 있지는 않다.
위기가 심화해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이탈하거나 실질적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커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사태가 유럽의 성장, 세계경제의 팽창에 미칠 악영향, 그에 따른 미국의 무역감소 같은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러시아의 세력확장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별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영국처럼 EU에 머무르면서 자국 통화만 사용하는 선에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하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진다면 유럽의 안보 위기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그리스가 유로존 안에서 개혁하도록 해달라고 별도로 당부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