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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
<그리스 위기> 마트에 쌀·밀가루 없다…"적에게 포위된 느낌"(종합)
한끼 식사 위해 거리서 무료급식…의약품도 부족사태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김경윤 기자 = '갈수록 고갈되는 현금과 비어가는 슈퍼마켓 진열대, 적에게 포위됐다는 두려움….'
유럽 전역에 충격파를 몰고 온 국민투표 이후 그리스 국민이 처한 경제상황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렇게 전했다.
그리스 정부의 예고대로라면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자본 통제와 은행 영업 중단은 7일(현지시간) 끝나야 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추가긴축 요구를 거부한 국민투표가 끝난 지 24시간이 지난 6일 오후 7시 그리스 은행연합회는 자본통제와 은행 폐쇄 모두 변함이 없다고 발표했다.
현금자동인출기의 인출 제한 조치도 계속되고 있다. 소액권 지폐가 바닥나면서 인출기에서 찾을 수 있는 돈은 60 유로에서 50 유로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리스 경제전문가 디미트리스 아타나소폴로스는 "우리 경제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으며 중환자실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언급은 그리스가 전면적 금융위기로 다가서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현금 고갈 사태는 항구 도시 테살로니키의 꽃 시장에서 크레타 섬의 해안가 술집까지 그리스 내 모든 곳에서 감지된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부근에 있는 파이 가게 종업원 디미트리스 브겐고폴로스는 "매상이 격감했고 현금이 귀해 신용카드가 주로 쓰인다"며 "손님들이 1유로에 해당하는 계산서도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28만여개의 중소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전국 그리스 상인연합'은 자본 통제로 직격탄을 맞았다.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6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은행 폐쇄로 인한 피해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라며 "경제가 가라앉고 있다. 당내 목소리를 무시하고 국민의 희생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고 국가를 파산으로부터 구해야 한다"고 탄원했다.
그리스 경제산업연구재단의 니코스 베타스 사무총장은 "향후 2~3일내 임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유지하지 못하면 은행이 현금 고갈사태를 맞을 것"이라며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시민들도 슈퍼마켓에서 식품을 사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타 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알렉스 아겔로풀로스는 "(현재 상황은) 무기도 없이 전쟁통 속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공급 물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고기를 비롯한 각종 식료품을 사재기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전역에서 이처럼 사재기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의약품과 식품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투표 직후부터 불안감을 느낀 그리스인들이 쌀과 밀가루, 설탕, 말린 콩, 식용유 등 생필품을 사들이면서 식품 코너 선반이 텅텅 비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아테네 내 부촌으로 꼽히는 글리파다의 주민들도 렌틸콩 여러 봉지와 어마어마한 양의 화장지까지 거의 모든 것을 카트에 쓸어 담고 있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안드레아스 코스트라스는 "지금 음식을 사들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 공무원인 마히 파파콘스탄티누도 "커피와 콩, 쌀, 배터리와 비누를 샀다"며 "국민투표 이후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은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테네 중심가 약국들은 암 치료제를 포함한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연금생활자들도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내몰렸다.
간호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클렌시는 매일 거리로 나와 약물 중독자와 정신지체 장애자들과 함께 무료 급식을 받는다.
그는 "내 수입은 한 달에 400유로 연금을 받는 것이지만 집세와 전기세, 음식을 사기에는 부족하다"며 "온 마음을 다 바쳐서 일했고 28년간 연금을 냈지만 먹고살기에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그리스에서 관광산업은 한해 300억 유로 이상을 벌어들이는 최대 외화수입원이고 고용 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재정 위기로 대규모 예약 취소에 직면해 있다.
그리스 관광연합회의 제노폰 페르토폴로스는 "작년 이맘때에는 관광 예약이 하루 12만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7만명 수준이다"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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