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패키지티켓 제도 강화…"고정관객 확보하겠다"
안호상 극장장 "5천~7천매 목표…관객 늘어야 프로그램 좋아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국립극장이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패키지 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등 2015~2016시즌에 패키지 티켓 판매를 확대한다.
2012년 처음 도입된 패키지 티켓 제도를 보완해 장기적으로 현재보다 패키지 티켓 판매량을 5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에서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7일 서울 중구의 한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5~2016시즌에 선보일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같은 티켓 판매 계획을 밝혔다.
여러 공연을 묶어서 구매하면 할인해주는 패키지 티켓은 관객들에게도 금전적으로 이득이지만 관객 확보 걱정없이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극장에도 도움이 된다. 언론 등을 통해 홍보가 많이 된 일부 공연에만 관객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고 신작과 같은 상대적으로 티켓 판매가 부진한 다른 작품에도 관객이 골고루 분산돼서다.
안 극장장은 "관객이 늘어나야 새로운 예술가도 발굴하고 프로그램도 풍성해질 수 있다. 이는 시즌제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2012년 시즌제를 도입하면서 패키지 티켓을 선보였다. 현재 국립극장의 패키지 판매는 500~1천매 수준이다.
안 극장장은 현재의 패키지 티켓 판매량을 5천~7천매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티켓 판매 목표를 채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10년 뒤를 내다보고 차근차근 늘려가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국립극장은 이를 위해 패키지 티켓 종류를 확대하는 한편 구매자에 대한 혜택도 파격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국립극장은 우선 '프리패키지'를 내놨다. 이번 시즌 라인업 중 10개 작품 이상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패키지 구매 시 50% 할인 혜택과 함께 좋은 자리를 먼저 고를 수 있다.
R석 기준으로 최소 17만5천원을 절약할 기회라고 국립극장측은 밝혔다.
이 밖에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을 묶어 최대 4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장르 패키지와 장르에 구분없이 특정 테마에 따라 나눈 공연을 30% 할인해 선보이는 테마 패키지 등도 만들었다.
패키지 티켓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20일 처음으로 우수 관객을 초청,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발표회'를 열어 새로운 시즌의 방향과 각 공연을 소개한다. 일종의 쇼케이스 행사로, 충성고객을 대상으로 국립극장의 공연에 대한 흥미를 유발해 패키지 티켓 구매로 연결되도록 하려는 시도다.
안 극장장은 "특정 공연은 잘 팔리고 나머지는 안팔리는 게 문제다. 다른 공연도 질적으로는 뒤떨어지지 않는데 단지 인지도 때문에 안팔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패키지 상품을 통해 고정 관객을 만들고 그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여 매년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극장장은 표 예매 쏠림 현상을 "케이크에서 건포도만 빼먹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미리 표를 사주는 관객이 없으면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없다. 좋은 레퍼토리에 묻어 신작도 같이 알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안 극장장은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수준 높은 공연을 더 많이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안 극장장이 첫 시즌제를 도입하기 직전인 2011년 8월~2012년 6월과 그 이후의 운영 현황을 비교해보면 공연편수는 연평균 161%, 관람객 수는 209% 증가했다.
특히 비인기 장르이던 창극이 시즌제 도입 이후 평균 공연횟수가 9회로 늘어났다. 그만큼 창극을 찾는 관객이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변강쇠 점찍고 옹녀'는 2013~2014시즌 초연시 23회, 2014~2015 시즌 재공연시 20회의 장기 공연에도 각각 90% 안팎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신작 20편, 레퍼토리 13편 등 총 55편의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라인업 가운데는 이소영 연출의 창극 '적벽가', 김매자 안무의 '심청', 국악관현악 '2015 마스터피스' 등 전통을 깊이있게 탐구하는 대형 신작과 장유정 연출의 창극 '흥부가'(가제), 음악가 장영규 연출의 무용 '완월' 등이 눈길을 끈다.
안 극장장은 새 시즌부터 국내 작품들이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소개했다. 이는 해외 공연계가 전통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국립극장의 작업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의미가 있다고 안 극장장은 강조했다.
국립무용단은 2015 칸댄스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홍콩예술축제에 참가하며 국립창극단은 '변강쇠 점찍고 옹녀'로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현지 관객들과 만난다.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과 공동 제작 작품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예술감독이 공석으로 있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아직 프로그램이 확정되지 않았다. 국립무용단 역시 예술감독직이 공석인 상황이다.
안 극장장은 "내일이 공모 마감인데 아직 신청자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감독이 갖춰야 할 조건과 관련, "국립극장은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전통 극장이 아니라 현대 극장을 지향한다. 따라서 이 시대의 예술적 표현을 담는 극장이 바로 국립극장의 성격이 돼야 한다"면서 "이러 원칙 하에 예술가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국립극장 소속 단원들을 예술가로서 존중하면서 동시에 예술가로 거듭나도록 훈련시키고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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