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교훈> ⑩ 중앙정부-지자체 공조는 '필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8 0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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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경로 공개·치료병원 지정 등 잇단 엇박자…"정보공유 부재가 주원인"
"지자체에 자율권 부여·중앙정부와 역할 분담해야 효과적 대응 가능" 지적

<메르스 교훈> ⑩ 중앙정부-지자체 공조는 '필수'

감염경로 공개·치료병원 지정 등 잇단 엇박자…"정보공유 부재가 주원인"

"지자체에 자율권 부여·중앙정부와 역할 분담해야 효과적 대응 가능" 지적



(전국종합=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확산일로에 있던 지난 6월 2일. 인천시는 '메르스 환자가 인천에도 발생했다'는 SNS 괴담이 돌자 진상파악에 나섰다.

지역 내 환자 발생은 없었지만 메르스 환자의 인하대병원 음압병실 이송이 뒤늦게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가 이 같은 사실을 인천시에 전혀 통보해주지 않은 탓이다.

당시 인천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대비할 여유를 전혀 주지 않은 것으로 이런 식이라면 메르스 환자의 인천지역 병원 이송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메르스 대응과 관련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엇박자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고, 효과적인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지자체간 공조체제와 역할 분담 체제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불 끄기 바쁜데 곳곳에서 '불협화음' 노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4일 심야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의심 증세가 나타난 환자가 1천500여명과 접촉했다고 밝히며 정부의 대처 방식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박 시장은 당시 보건복지부가 해당 환자의 외부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메르스 정보 공유를 요구했다.

이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하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서울시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순간이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엇박자나 갈등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6일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자의 직장,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실명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 시장은 "정확한 감염 정보를 공개해야 더 큰 혼란과 공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상식 밖의 일이다.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조치에 대한 찬반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수원시와 부천시 등 다른 지자체도 관련 정보 공개에 나섰다. 결국 중앙정부는 지난달 7일 환자 발생·경유 병원 24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달 10일 강원지역 거점 치료병원으로 강원대병원을 지정했다. 강원대병원은 음압병실이 없는데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협의 없이 발표한 것이다. 강원대병원은 부랴부랴 자체예산을 들여 음압시설 구매를 추진, 사흘이 지나서야 병상을 갖췄다.

메르스 첫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지난 5월 20일 첫 환자가 입원했던 8층 병동에 이어 28일 7층 병동까지 환자들을 강제퇴원시키며 환자와 보호자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는 질병관리본부와 평택보건소의 소통 부족이 근본적인 이유였다.

평택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우리에게 알리지 않은 탓에 상당수 환자가 이송병원을 찾지 못해 아픈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실정이었다"며 "지역 사정에 밝은 우리에게 미리 통보했다면 이송병원을 서둘러 물색했을 것이고 환자들에 대한 관리도 수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보공유 필수"…역학조사관 증원·전염병 확진권한 확대 요구

지자체들은 감염병 발생 초기단계부터 중앙과 지방간 정보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메르스 발생 병원을 거쳐왔다는 사실을 환자 당사자나 중앙정부 등 어디에서도 듣지 못해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 지역병원의 한결같은 하소연이었다"고 말했다.

메르스통합관리시스템이 지방자치단체에 오픈된 것은 평택성모병원 명단이 공개된 지난달 5일께다.

나름대로 메르스 대처를 잘했다고 평가받는 경기도는 도내 45개 보건소별 역학조사관 배치를 요구했다.현재 경기도 내 역학조사관은 2명이며 이것도 공중보건의 부족으로 지난해 3명에서 1명 줄어든 인원이다.

강원도 보건당국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 감염병 관련 부서가 30여개로 세분화돼 있는데 지자체에도 관련 부서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국립의료원이 서울 한 곳에만 있어 지역별 보건의료 지원에 불균형이 초래되고 체계적인 대책 수립이 어렵다"며 지역 거점별 국립의료원 설립이나 지방의료원의 국립 전환을 건의했다.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전염병 확진 판정 권한 확대도 공통된 요구 사항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환자 발생 18일 만인 지난달 7일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확진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는 "역학조사, 의심환자의 유전자 검사, 정보 공유 등에 대해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협력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는 국민이 불필요한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면서도 "자가격리 혹은 의심환자 단계에서 지자체에서 먼저 공개를 해버리는 바람에 속보 경쟁이 일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이 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 지자체들 자구책 부심…"자율권 부여하고 역할 분담해야"

부산시는 부산의료원에 '감염병 전용 병동'을 건립하기로 하고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진료체계를 재구축하기 위해서다.

경남도는 신축 중인 마산의료원에 '음압 전용병동'을 설치한다.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건물을 고쳐 8병실 8∼16병상 규모로 짓는다.

경기도 수원시는 보건소마다 감염병 예방팀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등 상시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올 하반기 감염병관리본부를 설치·운영할 방침이다.

17개 시·도 가운데 감염병관리본부를 운영하는 곳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지난해 4월부터 가동한 경기도감병관리본부는 지역 단위 감염병 감시체계 구축, 발생상황 점검, 역학조사 시행뿐 아니라 지역 풍토병 원인 분석, 지역 의료기관 감염관리 연구사업 등을 담당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대전시의회·경기도의회 등은 '감염병 예방·관리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감염병 환자의 진료와 보호·지원을 하고 위기상황에서 감염병 환자, 의료진, 가족 등에게 행정·재정 지원을 하려는 조치다.

수원경실련 정재욱 간사는 "이번 메르스 사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협업시스템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중앙-지방간 소통강화가 필요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지자체에 자율권을 줘야 하며 중앙정부와의 역할 분담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임보연 강종구 최찬흥 심규석 최수호 이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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