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교훈> ③ 투명한 정보공개…최선의 불안감 차단책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8 0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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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정보→커지는 공포→유언비어 확산
전문가들 "자만했다" 반성…'실무 전문가' 양성 필요
△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7일 11시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브리핑룸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2015.6.7

<메르스 교훈> ③ 투명한 정보공개…최선의 불안감 차단책

불확실한 정보→커지는 공포→유언비어 확산

전문가들 "자만했다" 반성…'실무 전문가' 양성 필요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가짜 정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확산을 키운 기폭제였다.

정부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방역 활동을 벌여 몇 번이나 대량 감염 사태를 가져왔다.

정작 국민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할 정보도 지나치게 통제했다.

제2의 메르스를 예방하려면 국민, 의료진에게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실무적인 정보를 섭렵한 진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메르스라는 질병을 들어본 적도 없어요"

서울 천호동의 개인의원에서 1번 환자를 진료하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5번째 환자(50·365열린의원 원장)는 자신이 의사인데도 이 질병에 대해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방역 당국이 일선 의료진에게 나라 밖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은 탓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사실 2년 전부터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반'을 설치하고 매주 회의를 열어 중동지역의 메르스 전파 현황 등을 확인하며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마련한 대응책이 질병관리본부 회의실 밖에서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방역당국이 마련해둔 메르스 정보 자체가 오류투성이였다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1번 환자 발생 직후 방역당국은 이 환자의 가족과 의료진 등 64명을 자가격리했다.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해야 감염된다는 기존 정보를 철석같이 믿고 같은 병실을 쓴 환자와 가족, 의료진만을 격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중대한 오판이었다. 메르스는 이미 평택성모병원의 같은 병실을 넘어 병동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 환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뿔뿔이 흩어지면서 메르스는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80명 이상을 감염시킨 14번 환자, 대청병원, 건양대병원에서 수십 명의 추가 감염을 만들어난 15·16번 환자 등이 그런 경우였다.







◇ 불확실한 정보→커지는 공포→유언비어 확산

메르스 환자 수가 처음 두자릿수를 돌파한 5월 하순, 국민 4명 중 3명 이상(75.7%·5월29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게 메르스는 '위험한 질병'이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하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일부 국민은 공포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유언비어를 생산했다. 코 밑에 바세린 연고를 바르면 메르스에 안전하다거나 '1급 감염병 경보'가 발령됐으니 조심하라는 근거 없는 괴담이 대부분이었다.

당국은 명확한 정보 공개로 공포의 근원을 없애는 대신, 유언비어를 처벌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이 각각 ⓑ병원과 ⓓ병원처럼 기호로 불리던 때 여론은 병원명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복지부 장관까지 나서 '병원명 미공개에 대한 우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버텼다.

병원간 전파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최초 메르스 유행지 병원의 추가 전파 차단에 실패했는데도 병원명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병원의 이익'을 '국민의 건강'보다 우선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확진자 수가 하루 20명 이상 증가하고, 격리자 수도 2천명을 훌쩍 넘어서 국민의 공포가 극에 달한 6월 7일에서야 정부는 병원명을 모두 공개했다.





◇ 국내 전문가들 "자만했다" 반성…'실무 전문가' 키워야

지구 어딘가에는 아직 국내에 유입되지 신종 감염병이 잠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행기 한 번이면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오늘날, 완전히 새로운 제2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방역당국은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메르스법'으로 불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경우 환자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의료기관, 접촉자 현황을 신속 공개하도록 법안이 마련됐다.

역학조사관을 확충하고, 이들의 권한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실무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건양대 예방의학교실 홍지영 교수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되돌아보면 스스로를 전문가라 부르기도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홍 교수는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질병관리본부가 주최하는 관련 포럼에 참여하는 등 초기 방역 정책을 조언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홍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헌 등 이미 정리돼 있는 정보를 모은 것으로 마치 메르스를 다 아는 듯 착각했다"며 "전문가들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바이러스나 질병에 대한 실무적인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며 "사명감 있는 역학조사관을 신종 감염병이 있는 곳에 파견해 문헌이 아닌 살아 있는 정보를 가진 진짜 실무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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