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교훈> ⑤ 국내 유입 전 차단…해외 '안테나' 둬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8 0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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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 WHO 감염병팀에 중국·일본·호주인만…한국인 '전무'
미육군의학연구소, 전세계서 감염병 연구…PKO에 감염병 전문가도 파견해야
△ 보건복지부 찾은 WHO, 미 CDC 등 해외 방역전문가들

<메르스 교훈> ⑤ 국내 유입 전 차단…해외 '안테나' 둬야

서태평양 WHO 감염병팀에 중국·일본·호주인만…한국인 '전무'

미육군의학연구소, 전세계서 감염병 연구…PKO에 감염병 전문가도 파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가를 넘나드는 감염병 관련 최신정보 습득에 나라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욱이 요즘 같은 세계화 추세에서는 누가 먼저 감염병 정보를 선점하느냐가 선제적인 대응의 관건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해외 감염병 유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무엇보다 한국만의 전략적 '첨병'을 해외에 두고 정보를 수집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국내 손꼽히는 감염병 전문가인 제주대의대 미생물학교실 이근화(44) 교수의 제언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부 '감염병 감시 및 대응팀'(ESR)에서 연수한 데 이어 올해는 미육군의학연구소에서 감염병 연구를 주제로 연수 중이다. 두 기관 모두 감염병 분야 한국인 전문가로는 첫 연수생이다.

사실 이 교수는 근무 중인 제주대학교에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안식년을 받았다. 안식년은 말 그대로 대학의 교수들에게 주어지는 '휴식'과 비슷한 개념이다. 때문에 많은 교수가 가족과 함께 연수를 떠나거나, 평소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다.

하지만 이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오랜만에 찾아온 가족에 대한 '봉사기회'도 뿌리친 채 선진 감병병 대응체계를 배우겠다며 WHO 서태평양지부 ESR팀과 미육군의학연구소에 '나홀로' 연수를 신청한 것이다.

이 교수는 "한반도의 온난화 등으로 국내에도 새로운 감염병 유입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세계적인 감염병 연구현황과 대응 시스템을 하루라도 빨리 알고 싶어 안식년을 이용해 연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이런 생각으로 연수를 간 사이 국내에서는 중동호흡기메르스(메르스)이 발생해 확산일로를 치달았고, 방역 당국과 병원, 의료진의 미흡했던 감염병 대처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새벽 5시30분부터 감염병 정보 수집하는 'WHO ESR팀'…"한국인은 없다"

WHO 서태평양지구 ESR팀의 업무는 새벽 5시30분에 시작된다. 간밤에 발생한 감염병이나 재난에 대해 각 국가의 공식보고서와 비공식채널(언론보도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게 업무의 첫 번째다.

오전 7시에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놓고 질환이나 재난별 위험도 평가를 한 뒤 8시 반에 회의를 개최한다. 회의를 통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질환은 회의가 끝나고 나서 각국의 보건관련 정부부처나 WHO 지역사무소 등을 통해 추가 정보를 모으는 작업을 거친다.

WHO 서태평양 관내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및 재난에 대해 실시간 감시를 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매일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곳에서는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와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에 대해 종일 감시체계를 가동했다. 특히 서태평양 국가에 의심환자가 유입되거나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특별 감시체계를 가동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팀에 한국 출신 직원이나 한국 정부 파견자는 없다. ESR팀 구성원 15명은 중국,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 필리핀 출신이었다. 심지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조차도 이곳에 2명의 직원을 파견 보낼 정도였다. 신속한 감염병 정보 획득의 중요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과 함께 방한했던 WHO 서태평양지부 ESR팀 리아일란 국장도 국적이 중국이다.

반면 감염병 감시 및 대응부서를 제외한 다른 부서에는 한국 정부에서 파견 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그만큼 감염병 대응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근화 교수는 "새벽 5시반에 출근해 업무를 하는 게 쉽지 않지만 실시간 감염병 감시 및 대응을 하는 부서에 있으면 지금 현재 전세계적으로 어떠한 감염병이 발생하고,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면서 "여기서 나오는 일일보고자료를 본국(한국)과 공유한다면 본국에서도 실시간으로 감염병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이번처럼 메르스 사태가 생기더라도 최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남아지역서도 감염병 연구하는 '미육군의학연구소'

태국 방콕에는 미국 육군이 운영하는 의학연구소(AFRIMS, US Army Medical Component-Armed Forces Research Institute of Medical Sciences)가 있다. 이 교수는 WHO 서태평양지구 ESR팀에 이어 올해 1월부터 이곳에서 근무 중이다.

이 연구소는 50년 전부터 방콕에서 열대감염병을 주제로 연구해왔으며, 1977년에 미육군의학연구소(AFRIMS)으로 이름이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연구소 운영의 주목적은 아시아 지역,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이 잦은 말라리아, 뎅기열, 치킨군야, 웨스트나일열 등의 매개체 감염병과 인플루엔자에 대한 감시·대응·교육 등이다. 또 에이즈 바이러스(HIV) 백신 개발 및 각종 감염병에 대한 원숭이 실험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와 함께 여기에는 에볼라나 메르스 등의 의심환자 발생시 진단할 수 있는 장비 및 시설도 있다.

이근화 교수는 "미육군의학연구소는 말라리아, 뎅기열, 치킨군야, 웨스트나일열 등의 풍토병은 물론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감시, 대응 시스템으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이용해 이들 감염병 질환에 대한 치료제 및 백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사노피 파스테르에서 개발한 뎅기열 백신의 경우 태국과 필리핀의 미육군의학연구소 2곳에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미군이 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세계 여러나라에 육, 해, 공군별 연구소를 운영하는지에 대해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지만 연수를 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감시 및 대응체계 확립으로 해당 감염병에 대한 실질적인 노하우를 선점하는 것은 물론 이게 한발 빠르게 각종 치료제와 백신 개발로 이어짐으로써 궁극적으로 전세계 미군과 미국인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국력에 맞춰 감염병 감시 및 대응을 하는 게 맞지만, WHO와 같은 국제기구의 감염병 감시 및 대응 부서에 적극적으로 우리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통해 감염병 발생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거나 지식을 축적한다면 이번 메르스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근화 교수는 "우리나라는 군(軍)의학이 선진국과 비교되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평화유지군(PKO) 파병시 군인력외에 감염병 관련 전문가(감염내과, 감염역학, 의학미생물학등)를 파견해 감염병 예방의 첨병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들의 경험을 축척시킨다면 해외유입 감염병의 국내 발생시 실질적인 대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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