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무너진 지도력과 시스템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8 10: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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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그 이후' 출간…과정과 책임 등 탐색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무너진 지도력과 시스템

'재난, 그 이후' 출간…과정과 책임 등 탐색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 8월이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강력한 허리케인이긴 했지만 상륙 후 세기가 약해져 상식대로라면 피해를 충분히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식과 기대는 통하지 않았다. 사망자는 무려 1천800여명. 재산피해 또한 1천억 달러가 넘었다.







언론인 셰리 핑크는 저서 '재난 그 이후'를 통해 카트리나 참사의 과정 추적과 원인 분석에 나섰다. 그리고 지도력의 실패와 시스템의 붕괴로 이토록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고 안타까워한다.

1927년에 발생한 미시시피강의 홍수를 계기로 홍수방지 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대책마련은 부지하세월이었다. 그러다 결국 제방이 터지며 미증유의 홍수사태를 빚은 것.

미처 대피치 못하고 고립된 시민들도 연방군이 투입되기까지 사흘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사망자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휴가 중이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난 발생 후 하루만에 나타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이한 초기대응과 부재한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볼 때 한국의 세월호 침몰사고와 메르스 사태와도 닮은 점이 많다. 동서고금을 떠나 재난이란 이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는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







저자는 이 탐사 르포에서 카트리나 당시 한 병원의 상황에 특히 주목한다. 뉴올리언스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는 다른 병원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를 냈기 때문. 이번 책은 이 병원의 5일간 상황을 추적해 정리·분석한 것이다.

멕시코만 부근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관측된다. 이튿날 뉴올리언스 시장이 시민대피명령서에 서명한다. 그런데 긴급상황에서 시장이 대피명령을 내릴 법적 권한이 있는지 논의하느라 몇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만다.

우왕좌왕하던 시민 2만5천여명은 결국 슈퍼돔으로 대피한다. 관료주의에 빠진 주정부는 그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달라"고 할 뿐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터져 병원은 침수되고 전력공급도 차단된다.

구조 헬리콥터 요청 과정도 엉망진창이었다. 구조 우선순위에서마저 밀려나 병원는 사고무친의 절망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나마 구조의 손길을 내민 이들은 주정부와 아무런 계약도 맺지 않은 민간 구조대뿐이었다. 이 대목에서 진도 어민들에 의해 겨우 목숨을 건진 세월호 사건 당시의 피해자 상황이 떠오른다.

이 책은 사태 당시 메모리얼 병원에 있었던 의료진과 관계자들, 사건 담당 수사진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카트리나가 물러간 이후 상황까지 상세히 다룬다. 최근 대형 재난과 사고가 잇따르는 우리 입장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사례다.

알에이치코리아. 72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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