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폭락> 개인투자자 '패닉'…흉흉한 소문만 무성
한달째 추락에 패닉…부동산 시장에도 주름·극단적 선택 투자자도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장밋빛 전망에 부풀었던 중국 증시가 지난 한 달간 끝모르게 추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8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초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을 넘어서 고점을 찍은 이후 한 달간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증시부양책에도 불구, 폭락상황이 계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절망감에 휩싸였다.
상하이, 선전 증시에서 전체 2천780개 종목 가운데 7일 1천700개가 하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8일에도 1천300개가 하한가를 맞았다. 거래중단을 신청한 종목은 전날 760개에서 1천400개로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증시폭락 상황을 보면서 할 말을 잊었다.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에 거주하는 우모씨(36)는 올들어 전국민의 주식투자 열기 속에 증시에 뛰어든 새내기 투자자다. 기업의 중견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춘제(설날)때 고향에서 친구들을 만나 주식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춘제 이후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다가 점점 투자규모를 키워 한때 60만위안(1억원)까지 벌었지만 탈출할 시기를 놓쳤다.
그는 "6월초 증권사 친구가 위험하니 잠시 팔고 한두달 쉬는게 어떠냐"는 말을 듣고 주식을 팔았지만 며칠을 참지 못하고 다시 주식을 매입해 낭패를 봤다.
우씨는 "주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해 매입했지만 그 즈음 역시 꼭지 언저리였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올해 경기둔화 우려에도 중국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재정자금 대규모 방출, IT업종에 대한 정책대출 확대 등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폭발하면서 전국민이 주식투자 대열에 뛰어들었다.
중국 증권당국은 때맞춰 지난 4월 '1인 1계좌'의 족쇄를 풀었다. 개인이 20개까지 계좌를 가질 수 있게 문호를 열었다. 증권사로서는 위기일 수 있지만 투자자들로서는 입맛에 맞는 증권사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통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올해초부터 펀드가입을 하려다 못하고 지난 5월에서야 주식투자를 시작한 천모(27)씨는 정부정책이 오히려 폭락장을 불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달 폭락장이 시작될 무렵 고민을 하다 정부가 증시부양책을 계속 내놓으면서 한가닥 기대를 가졌다.
그는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했지만 3주간 하락장이 계속됐고 지난 주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식을 처분했다. 주변을 돌아보면 20%의 손실로 막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지난 6월 이후 중국증시가 크게 요동치면서 원금을 빼지 못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매입을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 루자주이(陸家嘴)의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이미 10명 정도가 부동산 매입을 위한 예산을 하향조정했다면서 당초 가격에서 200만위안에서 500만위안 정도 내려서 매물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동산을 사겠다는 사람도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30대 개인투자자인 왕(王.여)모씨도 최근 증시하락에 남모를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아르바이트와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해서 저축한 13만위안을 작년에 증시에 투자했다.
그녀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나름 공부를 해 주식에 대한 이해도 모자라지 않았지만 최근 주식상황은 그녀를 당황스럽게 했다.
지수가 5000을 넘어선 이후 경고음이 나왔지만 그렇게 마음에 두지 않았고 하한가를 맞기도 했지만 이미 투자원금을 두배로 불려놓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그녀는 "황소장세가 끝나지만 않았다면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했지만 지금 그녀의 원금은 절반으로 부러졌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도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장쑤(江蘇)성 하이먼(海門)에서 남자 한명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현장에 있던 누군가가 사진과 영상을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 웨이신(微信·위챗)에 올렸고 "주식투자 실패로 상심한 나머지 투신했다"는 내용과 함께 삽시간에 바이러스 처럼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 5일에는 베이징 공안이 베이징 금융가 건물에서 개인 투자자가 뛰어내렸다는 소문을 퍼뜨린 20대 남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푸젠(福建)성의 푸저우(福州)시에서 20대 여자가 주식투자 손실에 상심한 나머지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또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30대 남자가 자기가 살던 22층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이 남자는 170만위안(3억원)의 원금에 더해 원금의 4배에 달하는 은행 융자를 받아 최근 합병한 고속철회사 중처(中車)에 투자했다가 이 회사 주식이 지난달 9일과 10일 연이틀 하한가를 맞으면서 170만위안의 원금을 모두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 연일 중량급 대책을 내놓았다. 이달 초 신용규제를 완화하고 주식 거래 수수료도 내려주기로 하는 1차 부양책에 이어 지난주 기업공개(IPO) 속도 조절과 자금 수혈을 내용으로 하는 2차 부양책을 내놨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로 폭락상황이 계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쌈짓돈이 거덜나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 증시에서 거래금액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율은 90%다. 2007년 활황장에서 있었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됐다.
중국의 계좌 수는 지난 5월말 현재 2억1천300만개로 집계됐다. 한 사람이 상하이와 선전증시에 계좌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1억 명 이상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녀노소, 노동자, 농민, 공무원, 주부, 자영업자 등 모든 직종, 계층이 증시에 뛰어들면서 전국민 투자시대를 열었다.
증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중국 증시가 추락할 경우 경제전반에 다양한 파장이 예상된다면서 마이너스 자산 효과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경기하락이 심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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