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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5촌 조카인 중국동포 오기범씨(오른쪽) |
'北 최룡해 조카' 입국 열흘 만에 일확천금 꿈 무산
"한 달에 1천만원 번다"는 유혹에 보이스피싱 가담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차근호 기자 = "시골에서 온 것처럼 까무잡잡한 피부에 허름한 옷을 입은 그가 북한 권력자의 조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5촌 조카인 중국동포 오기범(45) 씨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혐의로 붙잡은 부산 사하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9일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지난 6월 15일에 오 씨를 붙잡아 3일 뒤 구속했지만 그가 최 비서의 조카라는 사실은 한 달쯤 후인 지난 8일 언론보도를 보도서야 알았다.
공안 당국은 오 씨의 보이스피싱 혐의와는 별개로 대북 용의점 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룡해 비서가 올해 들어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에게 잇달아 공식 서열에서 밀렸지만 여전히 북한 지도부에서 높은 위상과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비서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한때 명실상부한 '2인자'로 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최 비서 고모(최정해)의 둘째 손자인 오기범 씨의 행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그는 지난 6월 6일 3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받아 인천공항으로 입국, 서울로 갔다.
중국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다가 실패하자 한국에서 돈벌이를 할 만한 게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다.
얼마되지 않는 돈으로 여관과 찜질방 등지를 전전하던 중에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올린 글에 넘어갔다.
구인 광고를 낸 사람에게 전화했다가 "심부름만 잘하면 한 번에 100만∼200만원은 떨어진다. 한 달에 1천만원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 것이다.
오 씨는 입국한 지 열흘 만인 지난 6월 15일 보이스피싱 조직이 신모(27·여)씨를 속여 대포통장으로 옮긴 3천930만원을 인출하는 데 감시자 역할을 하다가 잠복 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오 씨는 전혀 반항하지 않았고 조사를 받을 때도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딸 대학 등록금이 필요해 취업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면서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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