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유로 → 反이민' 독일 신생정당 사실상 분당
노선 얽힌 권력투쟁에 창당 주도세력 탈당…군소정당화 전망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지난해까지만 해도 10% 안팎 지지를 받으며 기성정당으로 굳어지는 듯했던 독일의 신생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인기 하락 속에 사실상 분당 사태를 맞았다.
9일(현지시간) 독일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 정당 창당을 주도한 베른트 루케(52) 전 공동당수는 전날 성명을 내고 반(反) 이민 운동 이념으로 기우는 당 정치노선에 반기를 들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번 탈당에는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인사들이 함께할 계획이어서 당 중추 세력이 갈라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그는 유로화 반대라는 창당 이념이 퇴색하고 이민 반대 세력이 당내 주류로 자리하자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앞서 AFD는 지난 4일 전당대회를 열어 40세의 여성 정치인 프라우케 페트리를 당수로 뽑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수립했다.
과거 3인 공동당수 체제를 비판하며 단일 지도 체제를 관철시킨 루케는 이번 전대에서 페트리와 경쟁 끝에 패배하자 당적을 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루케와 함께 공동당수를 맡아온 페트리는 드레스덴 거점으로 번진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PEGIDA·페기다) 운동에 동조하고 페기다 지도부와 회합하는 등 이민 반대 정서에 기대는 정치전략을 펼쳐왔다.
루케는 그런 페트리를 우편향이라고 비난하며 지도 체제 변화와 함께 정치노선 투쟁을 벌여왔다.
AFD는 작년 작센, 튀링겐, 브란덴부르크에 이어 올해 함부르크, 브레멘 주의회 선거를 치르며 이들 모두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당지지도가 5% 안팎으로 떨어지자 군소정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증폭되며 당내 분란에 빠졌다.
반면 과거 연방정부 연정 세력의 단골 소수당 파트너였으나 한동안 몰락의 길을 걷던 자유민주당(FDP)은 올해 들어 함부르크, 브레멘 의회선거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하고 최근에는 드레스덴 시장을 배출함에 따라 부활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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