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리랑 김성녀 "연습하면서 눈물 마를 날 없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2 10: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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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흥행이 어렵다는 인식 깨졌으면…응원해달라"


뮤지컬 아리랑 김성녀 "연습하면서 눈물 마를 날 없어"

"창작 뮤지컬 흥행이 어렵다는 인식 깨졌으면…응원해달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연평해전', '국제시장'도 국민이 다 같이 보며 우리의 아픔을 나눴잖아요. '아리랑'도 그렇게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15일 정식 개막하는 뮤지컬 '아리랑'에 출연하는 배우 김성녀(65)는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배우들이 나라를 구하는 의병 같은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바람을 밝혔다.

소설가 조정래의 원작을 뮤지컬화한 이 작품에서 김 씨가 맡은 역할은 '감골댁'. 12권짜리 대하소설을 토대로 한 이 뮤지컬은 바로 그녀가 맡은 감골댁의 가족사로 전개된다.

그러나 김 씨는 이 작품에서 '감골댁'이 마치 주인공처럼 비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은 딱히 주인공이 없다. 모든 민초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라며 "저 또한 다른 배우들과 밑바닥에서 뒹굴며 연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작품이 우리 민족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저절로 감정 이입이 이뤄진다면서 "연습을 시작한 이후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정서가 있다. 그 단어 하나에 먹먹하고 절절한 아픔이 배어 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한복 입고 무대에 서서 연습하고 있자면 상대 배우의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출연진도 마찬가지다. 연습 끝나고 가려고 보면 여기저기서 훌쩍이고 있다. 심지어 고선웅 연출은 아예 수건을 들고 산다"고 전했다.

그는 "5살에 데뷔했으니 무대 경력이 60년인데 60년 동안 이렇게 에너지 소모가 많은 연극은 처음"이라면서 배우들이 느끼는 감정이 객석까지 전달됐으면 하는 희망을 밝혔다.

그는 "박 대표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좀 잘됐으면 좋겠다"면서도 "(흥행) 성공이냐 실패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느끼는 이 감정이 관객에게 전달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박 대표는 이 작품의 제작자인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 겸 프로듀서다. 김 씨와 박 대표는 수십 년 지기로, 두 사람의 두터운 의리는 이미 공연계에 널리 알려진 얘기다.

박 대표는 과거 대형 창작 뮤지컬을 올릴 때마다 김 씨를 캐스팅했다. 김 씨 또한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박 대표 연락받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씨는 "박 대표는 왜 만날 이렇게 가슴 아프고, 민족적인 작품에만 나를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전에 한 '댄싱섀도우', '엄마를 부탁해'가 다 잘 안됐다. 이번에는 좀 흥행해서 박 대표도 격려하고 우리 배우들도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국내에서 만든 창작 뮤지컬은 흥행이 어렵다는 인식도 이번 기회에 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작극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틀을 좀 부수고 싶어요. 굳이 라이선스 작품에 자꾸 돈 갖다바칠 이유가 있나요. 무엇보다 우리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꼭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평해전', '국제시장'도 국민이 다 같이 보며 우리 아픔을 나눴잖아요. '아리랑'도 그렇게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씨는 애국심을 떠나 작품 자체에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누가 작품이 너무 어둡지 않으냐고 얘기하던데 전 울음에도 미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울음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잖아요. 거창하게 우리나라 영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민초들의 이야기이니 더 공감을 살 수 있을 거에요."

그는 특히 고선웅 연출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나타냈다.

그는 "고 연출이 악극 같으면서도 현대화된 무대를 만들어냈다. 재미가 있는데 괜스레 눈물이 난다.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고 연출이 40여명 배우를 꽉 잡고 주무른다. 연극판에서 하던 그대로 배우들에게 연기 하나하나 세세히 지도한다"면서 "배우들이 뮤지컬쪽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이런 연출법에 감동해 완전히 고선웅 신봉자가 됐다"고 연습장 분위기를 전했다.

고 연출은 지난해 김 씨가 2012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아 이끄는 국립 창극단에서 '변강쇠 점찍고 옹녀'의 극본과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렸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인 김씨는 '아리랑'과 함께 창극단 공연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김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이후 국립창극단은 일반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선웅 연출을 영입해 '변강쇠 점찍고 옹녀'로 변강쇠전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씨는 "지난 3년은 창극의 레퍼토리로 어떻게 신선한 느낌을 드릴지가 고민이었는데 앞으로는 지난 3년간의 장단점을 잘 추려서 보완,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그간 선보인 해외 예술계 인사와의 협업 대신 앞으로는 국내 재능 있는 연출가와의 협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소영 연출과의 '적벽가', 장유정 연출과의 '흥부가' 등 여성연출가와의 고전 재해석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해석으로 화제가 된 '변강쇠 점찍고 옹녀'와 '배비장전'을 재공연한다.

김 씨는 "기존 관객이 좋아하는 창극과 일반인이 좋아하는 창극을 같이 선보이려 한다. 특히 여성 연출가들이 선보일 해학의 진수를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그러고 보니 '아리랑'이야말로 창극에 딱 어울리는 작품 같다. 생각해봐야겠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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