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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2월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될 당시의 호아킨 구스만.(EPA=연합뉴스DB) |
'마약왕' 구스만 또 탈옥…샤워실서 '증발'(종합2보)
도주 13년만에 검거된 지 1년반만…멕시코 치안당국 초비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멕시코의 '마약왕'으로 불리는 호아킨 구스만(56)이 2001년 탈옥했다가 검거된 지 1년반 만에 다시 교도소를 탈출했다.
멕시코 국가안전위원회는 주말인 11일 오후 9시(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연방교도소가 구스만이 샤워실에 들어간 뒤 감시카메라에서 사라져 방을 수색했으나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현지 언론에 발표했다.
멕시코 군경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서는 한편 일대 도로의 검문을 강화하고 인근 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통제했다.
'키가 작다'는 뜻의 '엘 차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마약밀매와 살인 등의 혐의로 1993년 과테말라에서 체포돼 20년형을 선고받고 멕시코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2001년 탈옥했으나 작년 2월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됐었다.
구스만은 마약조직 두목과 흉악범 등 악명 높은 중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알티플라노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각종 마약 밀매와 살인 등의 혐의로 500만 달러의 현상금과 함께 미국 사법당국의 수배도 동시에 받아온 그는 작년 검거될 당시 미국 언론이 '알 카에다 조직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버금가는 성과'라며 대서특필하기도 했었다.
구스만은 첫 번째 탈옥 전 15년 이상의 유기 징역이 확정된 흉악범과 마약사범을 수용하는 멕시코 중부 과달라하라 시 외각의 '푸엔테 그란데'라는 특수 교도소에 갇혀 있었으나 감시망을 비웃듯 유유히 달아났다.
당시 구스만은 세탁 용역업체 차량에 숨어들어 교도소를 빠져나왔고 감시카메라는 고장 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내부 공모 정황을 감지하고 수십 명의 교도관을 수사하기도 했다.
첫 번째 탈옥과 마찬가지로 이번 탈옥도 재소자들과 교도소 내부를 샅샅이 살피는 감시카메라가 구스만에게는 무용지물이 돼 멕시코 연방 교도 행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보유한 구스만이 이번에도 교도관들을 거액의 뇌물로 매수해 탈출까지 공모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작년 구스만의 검거는 2012년 말 집권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정부가 마약범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최대의 성과로 여겨졌다.
멕시코 검찰은 "구스만이 다시 탈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 사법당국에 신병 인도를 하지 않고 멕시코에서 재판하기로 했으나 다시 놓침으로써 체면을 구기게 됐다.
구스만은 각종 마약을 미국을 포함한 유럽, 아시아 등지로 밀매해 막대한 부를 축적,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10억 달러 자산 보유가로 등록되는가 하면 오사마 빈 라덴에 이은 세계 두 번째 지명 수배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 치안당국은 2013년 구스만을 미국의 전설적인 갱 알 카포네에 이어 '공공의 적 1호'로 지목했다.
그가 이끄는 시날로아 조직은 멕시코 정부가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펼치던 2000년도 중반 미국 텍사스 접경 시우다드 후아레스라는 도시에서 '로스 세타스'라는 조직과 마약밀매를 둘러싸고 피비린내나는 유혈 다툼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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