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메르켈 인기 앞지른 초강경 독일 재무
국내 지지도 70%로 메르켈 눌러…"獨 집권당 선두주자"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그리스 협상 막판에 볼프강 쇼이블레(72) 독일 재무장관이 독일의 초강경 대응을 진두지휘하며 주목받고 있다.
독일 내 여론조사에서는 70%의 지지로 이미 앙겔라 메르켈(61) 총리를 앞섰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도 불사해야 한다는 자국 여론에 힘입은 것이다.
2009년부터 재무장관을 지낸 쇼이블레 장관은 지난 5년 내내 그리스 협상에 관여해왔다. 원래부터 강경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유럽의 통합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메르켈의 신중한 접근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쇼이블레 장관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초강경 기조를 드러내면서 그리스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 '한시적 그렉시트'까지 들먹이며 그리스를 믿을 수 없다는 강경론을 이끈 것이다.
덕분에 자국 내 지지도가 상승세다. 독일 ARD TV가 매월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이달 들어 지지도가 70%를 찍었다. 70%에서 67%로 떨어진 메르켈 총리와 대조적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쇼이블레 장관의 초강경 기조의 원인을 그리스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데서 찾았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과 5개월간 협상을 하면서 어떤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그리스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쇼이블레와 메르켈의 '업무 범위'가 다르다는 점도 입장차의 요인이다. 쇼이블레는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경제만 관장하는 데 반해 '유럽의 여제'인 메르켈은 그렉시트로 인한 전 유럽의 충격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 집권당의 한 의원은 "누구나 총리실과 재무부에 틈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번 그리스 사태 대응으로 쇼이블레 장관이 집권당 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금은 메르켈 총리의 수족으로 일하고 있지만 15년 전만 해도 쇼이블레는 메르켈의 상관이었다.
2000년 기독민주당이 비자금 파문에 휩싸이자 당시 당수였던 쇼이블레가 사임하고 사무총장이었던 메르켈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메르켈이 2005년 총리직에 오르며 내무장관과 재무장관으로 10년 내내 쇼이블레를 중용하고 있지만 둘 사이가 생각만큼 가깝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쇼이블레는 1990년 정신이상자의 공격으로 척추에 총탄이 박히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휠체어에 의지해 정치를 재개하며 불굴의 의지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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