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이럴거면 국민투표 왜?"...'멘붕'빠진 그리스인들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 채권단 긴축안을 거부한 국민투표 후 축제분위기에 젖었던 그리스인들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국면 전개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애초 채권단에 요구했던 안보다 더 혹독한 긴축안을 제시하고 나서자 '반대'로 결론난 국민투표의 의미가 사라진 것과 같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인들은 지난 5일 투표에서 약 62%의 지지로 긴축안을 반대한 후 "국민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인 9일 치프라스 총리는 535억 유로(약 67조3천억원)의 제3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120억 유로(약 15조1천억원) 규모의 재정지출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는 앞서 체권단이 제시한 재정지출 감축폭 80억 유로보다 40억 유로가 늘어난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치프라스 총리가 더 강화된 긴축안을 제출한 배경에는 협상과정을 통해 유럽 채권단의 인내가 한계에 봉착했고 대폭적인 타협안 없이는 유로존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치프라스의 '유턴' 행보에 그리스인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아테네에 사는 바실리스 시카(20)는 "국민투표에서 '노'(No)라고 답했다. 분명 이번 (치프라스) 개혁안은 표심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없는 그녀는 "노예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들은 원하는 대로 하지만 우리는 참여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언어장애 치료사인 마리오스 로지스(23)도 "긴축안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모두가 행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투표를 왜 했는지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변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의 만평은 그리스인들의 정서가 급격히 변했음을 보여준다.
한 무리의 그리스인들이 국민투표의 '노(No)' 결정에 환호하는 만화 옆에 동일한 무리의 그리스인들이 일주일 후 새 긴축안에 '오우 노(Oh No!)라고 외치고 있는 또 한 컷의 만화가 대조적이다.
수 년 간 부가가치세 우대조치와 보조금 혜택을 받은 그리스내 도서 지역 주민의 실망감은 더 크다.
새 긴축안대로라면 도서 지역의 부가세 우대와 보조금 철폐로 이 지역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의 부담은 커질수 밖에 없다.
파로스 섬의 마로코스 코베오스 시장은 "주민의 생활비가 감당못할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관광업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인근 터키, 몰타는 물론 이탈리아, 스페인에 대해서도 경쟁력을 잃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오니아 제도 가운데 하나인 팍소스 섬의 스피로스 블라호폴로스 시장도 "치프라스는 큰 실수를 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푸념했다.
아테네 중심가에서는 지난 10일 새 구제금융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참석자들은 "그리스는 식민지가 아니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새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 그리스인들이 유로존에서 탈퇴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유로존에 남으려면 고통스러운 개혁을 대가로 치러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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