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경성을 무대로 한 최선의 결과물 '암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3 20:35:45
  • -
  • +
  • 인쇄


<새영화> 경성을 무대로 한 최선의 결과물 '암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일제강점기 경성은 영화에는 매력적이고도 위험한 무대다.

낭만이 있던 시절의 그림들로 스크린을 화려하게 채색할 수 있고 빼앗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이야기로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대상을 성실하게 재현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제작비, 전형적인 모습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인물과 이야기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로 흥행 연타를 날리다 '도둑들'로 홈런을 기록한 최동훈 감독이 한국 영화 평균의 4배가 넘는 순제작비 180억원을 들고 무대에 뛰어들었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라는,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들도 손에 쥐었다.

그렇게 만들어져 13일 공개된 '암살'은 경성을 다룬 '최고의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최선의 결과물'이라는 점에는 고개를 끄덕일 만한 영화다.



1933년 중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 염석진 대장(이정재)은 저격수 안옥윤(전지현)과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을 불러모은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일본군 사령관 가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기업가 강인국(이경영)을 암살하는 것.

암살단이 경성을 향해 떠날 때 '상하이 피스톨'이라 불리는 청부업자(하정우)는 이들을 없애라는 거액의 제안을 받고 경성으로 향한다.

최 감독은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영화 '전우치'를 만든 적이 있기는 하지만, 정통 시대극은 처음이다.

영화는 백범 김구와 의열단 단장 김원봉이라는 실존 인물들을 통해 항일운동 상황을 보여주고 안옥윤과 염석진, '상하이 피스톨'이라는 허구의 인물로 건너가면서 경성이라는 무대를 소개한다.

이런 초반부의 이야기는 방대하고 그 전개 속도는 빠르다. 관객이 영화에 주파수를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 시대상을 충실히 재현해야 한다는 의무감, 더구나 막대한 제작비를 안은 감독의 압박감이 느껴지는 장면들도 있다.

영화가 중압감을 벗어던지는 것은 무대 소개를 마치고 극을 본격적으로 풀어나가면서다.

그간 톡톡 튀는 캐릭터와 반전 있는 이야기를 통해 매력적인 범죄물을 만들었던 감독은 그들에 비하면 순박한 인물들을 진지하게 그리면서도 감각적인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십분 살렸다.

항일운동 현장에 몸을 던졌으나 역사에는 이름이 남지 않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매끄럽게 전개된다. 영화는 이들의 작은 이야기 한편을 들려주면서 "이름도, 이야기도 남기지 못한 독립군들의 삶"이라는 더 큰 주제로의 확장을 무리 없이 해낸다.

특유의 생동감 있는 전개는 여전하고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 만한 장면들이 화면을 꽉 채워 유능한 연출가의 면모도 발휘한다. 잔잔한 감동을 잊지 않으면서도 자칫 빠지기 쉬운 신파는 유유히 비껴간다.

이는 경성을 무대로 비장한 영상미를 선보이고도 영화가 끝날 때 허무한 감정을 남겨 관객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여러 작품의 전철을 밟지 않은 장점들이다.

22일 개봉. 139분. 15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