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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택시 이용하는 산골 주민들 <<연합뉴스 DB>> |
'행복 싣고 뛰뛰빵빵' 교통 오지 없앤 충북 '행복택시'
시행 보름, 산골마을 일상 변화…"이제 도회지나 진배없어" 주민들 웃음꽃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10가구 18명의 주민이 사는 충북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 도내마을은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교통오지다.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경부고속도로 역시 험준한 산악지형에 가로막혀 터널 속으로 관통한다.
그러던 이 마을에 보름 전부터 이틀에 하루꼴로 요금 100원짜리 '무지개 택시(충북도는 '행복택시'로 명명)가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일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면소재지에 가기 위해 아랫마을 버스 정류장까지 1.7㎞가 넘는 길을 걸어다니던 주민들이 택시를 이용해 편안하게 바깥나들이를 하면서 택시가 정차하는 경로당 앞 공터는 마치 도회지의 버스 정류장처럼 시끌벅적해졌다.
무지개 택시 기사인 최병춘(56)씨는 "승객 대부분이 나이 많은 노인이어서 가능하면 목적지 앞까지 모셔다드리고 있다"며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달랑 100원짜리 동전 한개만 내는 게 민망한지 커피 등을 대접해주는 어르신도 많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무지개 택시는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과 오후 3차례씩 마을과 면소재지를 왕복 운행한다.
시간표는 군에서 정한 운행 횟수에 맞춰 주민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짰다.
주민들은 택시를 탈 때마다 1인당 100원만 내면 된다. 나머지 요금차액은 운행일지를 토대로 영동군에서 사후 정산해주는 시스템이다.
마을을 대표해 운행일지 확인을 담당하는 안복순(83·여)씨는 "운행시간표가 짜여져 있어 택시가 매일 들어오지 않더라도 딱히 불편할 게 없다"며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새지 않도록 출발과 도착 때마다 꼼꼼하게 승객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와 일선 시·군이 교통 취약지역 주민들을 위해 적게는 100원부터 많게는 1천300원(시내버스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행복택시 운행에 나서면서 산골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사라지고 있다.
마을 밖 출입은 물론 농산물이나 짐 보따리 운반이 손쉬워지면서 주민들의 행복지수도 덩달아 상승하는 상태다.
행복택시는 현재 도내 7개 시·군에서 산골마을 주민들의 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지역서는 '무지개 택시', '사랑택시', '다람쥐 택시' 등 애교스런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
보은군 회남면 갈티리의 최해천(82) 노인회장은 "사랑택시가 없을 때 운반할 짐이라도 있으면 거금 1만3천원을 내고 택시를 따로 불러야했다"며 "택시 운행이 시작된 뒤 산골인 우리 마을도 도회지가 된 기분"이라고 반겼다.
충북도는 오는 10월까지 도내 모든 시·군에서 행복택시를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제천시와 단양군이 이달 20일 운행을 시작하고, 괴산·옥천군도 뒤따라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도는 운행 개시 한 달이 되는 시점에서 시·군별로 종합평가를 거쳐 마을별 운행 횟수나 시간표를 조정하는 등 미비한 점을 찾아내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의 허정회 대중교통팀장은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마을별로 한 달 동안의 운영성과를 분석한 뒤 개선점을 찾아내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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