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인구 유출 등 불안한 민심 위무도
시진핑 연변행은 대북 신호·접경 '동북진흥' 메시지(종합)
중국 경제의 골칫거리 동북지역 경기진작 등 다용도 포석
경기둔화·인구 유출 등 불안한 민심 위무도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6일부터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이하 연변자치주)를 전격 방문한 배경이 관심이다.
연변이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이번 지린성 방문이 집권이후 소원한 관계인 북한에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이 지역을 발판 삼아 북한-중국-러시아 3국을 잇는 '동북진흥'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다용도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아직 한번도 대면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한국을 방문,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북한 지도자와 만나지 않고 한국을 방문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또 연변은 지난해 9월 이래 탈영 북한군의 월경으로 3차례나 중국 주민이 살해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서 민심이 이반해있는 지역이다.
시 주석의 이번 연변방문이 다분히 전략적 의도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 주석은 경기둔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동북 3성 지역을 방문, 경기진작에 대한 당 지도부의 의지를 확인시켰다. 동시에 소원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더이상 엇나가지 말고 이전 관계로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
시 주석이 이번 방문에서 백두산을 방문할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백두산을 방문할 경우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접경지역의 무역활성화와 경제 발전을 본격 추진하려는 시주석의 행보는 방문지에서도 확인된다.
시진핑 주석은 17일 오전 최근 합병한 고속철회사 중처(中車)를 방문했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지린성 성도인 창춘(長春)에 있는 중국 중처는 고속철 해외진출의 첨병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동북 3성은 중국 제조업 기지로 이전 세기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낙후된 시설로 중국 경제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회의 지린(吉林)성 대표단 심의에 참석,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에 적응해 동북지역의 낡은 공업기지 진흥을 깊이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성장률을 잡아먹고 있는 '동북 3성'(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랴오닝(遼寧)성) 지역들에 진일보한 발전을 주문한 것이다.
연변자치주는 특히 북·중·러 3국의 접경지대로 투먼(圖們)·훈춘(琿春) 등지의 대북·대러시아 통상구를 통해 접경무역이 활발히 이뤄지는 현장이기 때문에 중국 국가전략에서 복합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시 주석은 3월 전인대 당시 리징하오(李景浩) 조선족자치주 주장(州長) 등 자치주 대표단을 만나 "지린성에 가면 꼭 연변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명칭)은 겨울에도 여행할 수 있느냐, 케이블카는 설치돼 있느냐"고 묻고 '사계절 모두 여행이 가능하며 겨울에도 천지에 오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자 "거기에 멧돼지도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연변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이 이곳을 찾는 것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면서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동북지역 접경지대의 경제부흥에 더욱 무게를 싣기 위한 조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10년전 '동북진흥계획'을 발표하고 발전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작년 랴오닝(遼寧)·지린·헤이룽장(黑龍江)성의 성장률은 각각 5.8%. 6.5%, 5.6%로 중국 전역에서 최하위권이었다.
여기에 지역 조선족사회는 한국이나 중국 내 발전지역 등으로 인구가 대량 유출되면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표출되고 있다.
손춘일 연변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에서 유일하게 조선족의 자치가 이뤄지는 이곳을 방문한 것은 200만명에 달하던 조선족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상황을 중시하고 향후 관련 대책을 내놓기 위한 선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변 현지 조선족 매체의 한 기자는 "연변자치주는 항일투쟁과 국공내전 과정에서 수만명의 조선족이 희생되는 등 신중국 건설에 기여했다"며 "그럼에도 최근에는 북한 탈영병의 주민 살해사건 등으로 민심이 흐트러져 이를 위무할 필요성이 발생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정치 현장인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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