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미국, 탈옥 2주 전 신병 인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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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연방경찰의 차량에 탈옥한 호아킨 구스만의 얼굴 사진과 현상수배 전단지가 붙어있다.(AP=연합뉴스) |
멕시코인 54% "마약왕 구스만 땅굴로 탈옥 안 했다"
유력 일간지 레포르마 설문…90% "고위층과 공모했을 것"
검찰총장 "미국, 탈옥 2주 전 신병 인도 요구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멕시코인 10명 중 9명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의 탈옥에 정부 고위층이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멕시코 유력 일간지 레포르마는 시민 420명을 대상으로 구스만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연방교도소를 탈옥한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보도했다.
대상자의 90%가 구스만의 탈옥에는 교도소와 정부 관계자 등의 유착이 있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겔 앙헬 오소리오 총 내무장관도 "연방 정부의 관리들이 연루된 것으로 짐작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부당한 일을 저지른 관리들을 색출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소리오 총 내무장관은 구스만이 갇혀 있던 멕시코시티 외곽 알티플라노 교도소 소장을 최근 해고했다.
특히 설문 대상자의 54%는 구스만이 사법당국이 공개한 땅굴로 달아난 것이 아니라 '모종의 다른 방법'을 썼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일간지 엑셀시오르는 구스만의 땅굴 탈옥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거액의 돈을 뿌려 교도소 안팎의 관리들을 매수하고 나서 다른 방법으로 나갔을 것이라는 추정을 한 콜롬비아 마약조직 암살단의 두목급 인터뷰 기사를 15일 실기도 했다.
구스만이 탈옥한 원인에 대해 설문 대상자의 66%가 '고위층의 무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스만의 행방에 대해 응답 대상자의 절반이 '멕시코 안에 있을 것'이라고 했고 35%는 '국외로 달아났다'고 짐작했다.
그가 탈옥한 다음 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프랑스 혁명기념일 등 참석차 파리를 방문한 것에 대해 62%는 "바로 돌아와 사건을 수습했어야 했다"고 했다.
구스만이 다시 검거될 것 같으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응답은 50%였다.
한편, 아렐리 고메스 멕시코 연방검찰총장은 구스만이 탈옥하기 2주 전 미국 당국이 신병 인도를 정식으로 요청한 사실을 16일 의회에 출석해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서 조직범죄와 미국 내 코카인 밀반입 등의 혐의에 관한 재판을 위해 신병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고 고메스 총장은 설명했다.
구스만이 작년 2월 멕시코 서부 해안의 한 별장에서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된 직후부터 탈옥 계획을 인지했다고 미국 당국은 밝힌 바 있다.
구스만이 탈옥해 근거지이자 고향이 있는 서부 시날로아 주에 잠입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연방 당국은 1만여 명의 군경 병력을 동원해 추적에 나서고 있다.
검거 병력이 시날로아 일대에도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지의 한 지역 신문은 구스만의 '요새'가 있는 헤수스 마리아 지역 야산에는 수색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날로아 지역민들은 경제적인 도움을 크게 얻어 온 구스만의 탈옥을 환영할 뿐 아니라 지역의 군과 경찰은 그를 잡는 것이 아니라 보호한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구스만은 이 곳에 '아성'을 구축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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