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원의장, 80㎞ 가려 전세헬기 탔다가 퇴진 위기
당 안팎 '세금 낭비' 사임 압박…애벗 총리 "근신중" 지지 뜻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자동차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를 많은 돈을 주고 전세헬기를 이용,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는 브론윈 비숍 호주 하원의장이 중대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야당으로부터 사임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 소속 정당인 집권 자유당 내부로 비난이 확산하면서 지위마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비숍 의장은 전세헬기 비용 전액을 반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따가온 여론이 누그러지질 기대했으나 파문이 오히려 확산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0일 보도했다. 소속 당의 일부 의원이나 각료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고, 일부 의원은 알아서 사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비숍 의장은 지난해 11월 자유당 모금행사 참석을 위해 80㎞를 이동하면서 5천227 호주달러(450만원)를 써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고, 이 소식 후 비숍 의장의 부적절한 처신과 관련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비숍 의장은 전세 헬기를 이용할 경우 정부 지침에 따라 사전에 비용 등 자세한 사항을 파악한 뒤 관련서류에 서명해야 했으니 이를 보지도 않고 비서진에게 떠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럽 출장 중에는 보름 동안 하루에 거의 1천 호주달러(86만원)씩을 내고 전세 리무진을 이용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밖에 문제의 전세헬기 이용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자유당 모금행사에 가려고 전세기를 또 이용했다는 폭로가 추가로 터져 나왔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지만, 비숍 의장이 19일 전세헬기 이용이 지침을 따른 것이라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며 사과를 거부한 것도 자유당 동료 사이의 불신을 높이고 있다.
조 호키 재무장관과 그렉 헌트 환경장관, 피터 코스텔로 전 재무장관, 존 휴슨 전 당대표, 제프 케네트 전 빅토리아 주총리 등 당내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비숍 의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자유당 내 일부 각료나 의원들은 비숍 의장이 애벗 총리와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고자 사임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전했다.
여당으로서는 이번 파문이 상급노조 간부 시절 불투명한 자금거래 의혹으로 곤경에 처한 야당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에게 위기 탈출의 기회를 주는 반면 자신들에게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토니 애벗 총리는 20일 자신이 낙점한 비숍 의장에 대해 "근신 중"이라며 지지를 거두지 않아 비숍 의장이 2013년 11월 취임 이래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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