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시멘트업계에 홀로 맞선 단양 외톨이 '환경지킴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21 07:37:00
  • -
  • +
  • 인쇄
"안전성 미검증 폐기물 사용 중단"…박준서씨 국회 1인시위 준비
"마을 뒤덮은 물질서 수은·납 검출…'염산 세차'해야 씻겨져"
△ 시멘트업계에 홀로 맞선 단양 외톨이 '환경지킴이' (단양=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시멘트업계에 맞서 시멘트 제조 공정의 폐기물 사용 중단 운동을 벌이는 충북 단양의 박준서(43) 씨. 박 씨는 최근 대형 현수막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조만간 국회앞 1인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박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동안 모은 자료를 내보이고 있다.

거대 시멘트업계에 홀로 맞선 단양 외톨이 '환경지킴이'

"안전성 미검증 폐기물 사용 중단"…박준서씨 국회 1인시위 준비

"마을 뒤덮은 물질서 수은·납 검출…'염산 세차'해야 씻겨져"



(단양=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전국의 폐기물도 모자라 이웃나라 폐기물까지 소각해주는 시멘트 업계는 각성하라", "비산먼지에 이어 폐기물이 웬말이냐"

지난 5일 석회석 광산과 시멘트 공장이 많은 충북 단양군 매포읍의 한 야산에 대형 현수막 10여개가 내걸렸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폐기물 사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읍사무소와 경찰로부터 '불법 현수막'이라는 경고를 받은 현수막은 일주일 만에 자진철거됐다.

현수막을 내건 이는 이 지역에서 산업안전용품 도매업을 하는 박준서(43)씨다.

박 씨가 지역의 환경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건 2011년 경험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동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끈적한 물질이 내려앉았는데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어요. 염산을 희석시켜 세차를 해야 겨우 없어졌어요."

박 씨는 주택의 지붕과 장독대, 자동차 유리를 가리지 않고 마을 곳곳을 뒤덮은 물질을 지속적으로 수거하기 시작했다.

수거물을 마을 인근의 대형 시멘트업체에 가져가 성분 분석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업체를 찾아가 물으니 그냥 "석회석 성분"이라고 했다.

결국 박 씨는 2013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분석을 직접 의뢰했고, 분석 결과 수은(Hg), 카드뮴(Cd), 납(Pb), 크롬(Cr), 아연(Zn), 니켈(Ni) 등이 검출됐다.

충격을 받은 박 씨는 업체와 지역사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매포뿐 아니라 단양 전 지역 경제에서 시멘트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앞에 나서기가 결코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단양은 전형적인 석회암 지역으로, 지난 50여 년간 전국 시멘트 생산량의 30%가 이곳에서 생산됐다.

현실의 높은 벽에 지쳐가던 박 씨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나온 내용을 뒤늦게 접하고 깜짝 놀랐다.

대표적인 국내 시멘트업체들이 세슘 등 방사성 물질 검출 논란이 일었던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해 시멘트 원료로 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당시 환경부 자료를 근거로 국내 4개 시멘트 업체가 2010∼2013년 일본에서 석탄재 464만t을 들여오고 그 대가로 1천630억 원의 지원금을 일본 쪽에서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단양군의회는 환경부 장관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일본산 수입 석탄재 등 폐기물 재활용 관련 내용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보냈지만 유야무야됐다.

단양군의회는 "시멘트 제조에 폐기물을 부연료나 보조원료로 사용하면서 지역주민들은 환경오염에 대한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며 "최근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주변에 퍼져 두통과 메스꺼움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원래 시멘트 천연원료는 석회석, 규석, 점토, 철광석 등이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석탄재, 슬러지 등이 대체 원료로, 천연연료인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 등이 대체연료로 쓰이고 있다.

박 씨는 일본서 수입한 석탄재 문제가 이미 지난해 10월 알려졌는데도 자신을 비롯한 지역 주민 대부분이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박 씨는 다시 바빠졌다.

사업상 불이익과 '왕따'의 위험을 각오하고 현수막을 내건 것도 이때문이다.

다음 주에는 서울에 올라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멘트 업체의 폐기물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1인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지금처럼 시멘트 업체들의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는 폐기물 사용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게 박 씨의 주장이다.

박 씨는 "주민들은 코앞에 있는 공장에서 어떤 성분의 폐기물을 쓰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늦었지만 누군가 나서서 문제를 알리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순 없지만 흔적은 남길 수 있지는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시멘트협회는 산업구조 등 여러 현실 여건상 점토와 유연탄 대신 석탄재, 폐타이어, 폐합성수지를 보조원료나 부연료로 쓰고 있으며,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채취를 위해 자연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점토보다 석탄재가 성분상 장점이 많아 대체원료로 쓰고 있으며, 폐합성수지와 폐타이어도 성분상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자원의 선순환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석탄재의 경우 일본에서 선적할 때와 공해상에서, 그리고 들여온 뒤에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지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