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올림픽' 열린 베를린 경기장서 첫 '유대인 올림픽'
유럽마카비게임 27일 개막…2차 대전 종전 70주년 화해 메시지 등 의미 깊어
(베를린 dpa·AP=연합뉴스) 1936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개막식은 당시까지 이 도시가 경험하지 못한 장관을 연출했다.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된 베를린 올림픽주경기장은 무엇보다 1933년 집권한 아돌프 히틀러의 정당성을 세계에 알리려는 군사패권의 심볼로 가득했다.
이 희대의 독재자는 이후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했다.
바로 그 나치 파시즘의 야욕을 세계에 엿보인 이 경기장에서 유럽에 사는 유대인들의 종합 스포츠 대회인 '유럽 마카비 게임'이 오는 27일부터 내달 5일까지 열린다. 독일에서는 역대 처음이다.
알론 메이어 독일 마카비 게임 조직위원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이 대회를 베를린에서 열기로 하는 결정은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나치 만행의 과거와 화해하기 힘든 유대인들의 반대 의견 때문이었다.
메이어 위원장은 그러나 "2차 대전 종전 70주년 이후 '화해의 신호'가 될 수 있다"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의미를 각별히 강조했다.
그는 유대인 가운데는 "다시는 독일 땅을 밟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다"면서 거듭 대회 개최의 의의를 부각시켰다.
그는 특히 나치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 유대인들이 독일사회의 공고한 일원으로 자리잡고 삶을 꽃피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보여줄 때가 왔다고도 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 역시 "히틀러가 유린한 올림픽 대회가 열린 경기장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중요하고도 괜찮은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4년 마다 열리는 마카비 게임은 유럽 거주 유대인들의 올림픽 격으로 야구, 축구, 필드하키, 수영 등의 종목에서 경합한다.
올해 대회에는 38개국에서 2천300명 가량의 선수단이 참여할 것으로 조직위는 보고 있다.
독일 당국과 조직위 측은 행사 안전 확보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안전 유지 비용만 500만 유로로 추산되는 가운데 경찰 수 천명이 올림픽공원과 주변 호텔에 배치돼 삼엄한 경비에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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