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바꾸지 않아도 되는 '범용' 독감백신 개발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광범위한 독감 바이러스 변종에 효과가 있어 매년 유행이 예상되는 변종에 따라 새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범용'(universal) 독감백신이 개발됐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바이러스 발병기전·진화연구실장 제프리 타우벤버거 박사는 총 16가지 독감 바이러스 변종 중 8가지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헬스데이 뉴스가 21일 보도했다.
이 범용백신은 4종류의 독감 바이러스 변종이 지니고 있는 표면단백질(헤마글루티닌) H1, H3, H5, H7의 바이러스 유사입자(virus-like particle)를 항원 칵테일로 섞은 것으로 쥐 실험에서 이 4개 변종을 포함해 모두 8가지 변종에 대해 95%의 면역반응을 나타냈다고 타우벤버거 박사는 밝혔다.
그의 연구팀은 쥐들에 이 칵테일 백신을 투여하고 H1, H3, H5, H7과 함께 H2, H6, H10, H11 변종 바이러스를 주입한 결과 8가지 변종 모두에 95%의 면역 효과가 나타났다.
가짜 백신이 투여된 쥐들은 5%의 면역 효과 밖에는 없었다. 진짜 백신이 투여된 쥐들은 거의 모두 살아남았다.
이는 이 백신이 광범위한 독감 바이러스 변종에 면역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타우벤버거 박사는 설명했다.
이 백신의 면역 효과는 최소한 6개월 지속됐다.
특히 주목할만한 사실은 늙은 쥐에도 탁월한 면역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현재 사용되는 독감 백신은 고령층에는 젊은이들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타우벤버거 박사는 흰 족제비를 대상으로 한 차례 동물실험을 더 거친뒤 곧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백신이 사람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매년 유행이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 변종에 따라 새 백신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작년 겨울에서 금년초까지 사용된 독감 백신은 유행할 것으로 지목한 독감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예상이 빗나가 면역 효과가 18.6%에 그첬다.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두 가지 표면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다제(N)를 가지고 만든다. 그래서 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이 표면 단백질의 차이에 따라 H와 N을 조합해서 이름을 붙인다.
두 표면 단백질 중 헤마글루티닌은 막대 사탕처럼 생긴 크고 둥근 머리를 가지고 있어 면역체계의 항체가 결합하기 쉽지만, 돌연변이를 잘 일으킨다. 따라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때마다 새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미생물학회 학술지 '엠바이어'(mBio) 온라인판(7월21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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